"안성기와 박중훈은 우습게 볼 배우들이 절대 아닙니다." 이준익 감독이 연초 '왕의 남자'에 이어 추석 '라디오 스타'로 극장가를 두들긴다. 신정과 구정, 그리고 추석까지 올 한해 큰 명절 대목들에는 모두 그의 영화가 내걸리는 진기록을 세웠다. 그런 그가 새삼 '라디오 스타'의 주연배우 두명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타칭 '국민배우' 안성기와 자칭 '군민배우' 박중훈을 말이다. 왜일까. "안성기 형은 벌써 50년동안 영화를 찍었습니다. 할리우드에도 이렇게 오래 활동한 배우는 없는데 우리는 그에 대한 평가에 너무 인색해요. 로버트 드 니로나 잭 니컬슨은 대배우로 추앙하면서 우리 땅의 국민배우에 대한 대접이 소홀하다면 이게 문화 사대주의 아닐까요." 1957년 '황혼열차'가 당시 아역이던 배우 안성기의 스크린 데뷔작. "안성기 자신조차 지금까지 정확히 몇편의 영화에 출연했는지 모를 정도"라는 게 이 감독의 얘기다. "모든 걸 인기 위주로 평가하다보니 안성기란 배우의 존재감과 가치를 약하게 만들었다. 50년 경력이 이뤄질 동안 그가 출연한 영화의 제작비와 수익 등을 따져본다면 배우 안성기의 값어치는 천문학적 액수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훈에 대해서는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활약중인 강타자 이승엽과의 비교를 했다. "박중훈은 37개 작품에 출연하면서 20회 가까이 주연으로 활약했다. 이같은 배우 인생은 이승엽 선수가 통산 400개 홈런을 넘어선 것 이상으로 대단한 것"이라며 "왜 그를 코미디 배우로 폄하하는지 모르겠다. 그가 사라지는건 국민적 불행"이라고 두둔했다. 이 감독은 박중훈-안성기 투톱의 '라디오 스타'를 찍으며 주위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귓가로 흘려보냈다. "'왕의 남자' 갖고 한번 뜨더니 이번에는 퇴물 배우들 갖고 뭐 하자는 거냐"는 비아냥이었다. 80년대 최고의 록가수가 인생 좌절 끝에 2000년대 강원도 영월 지방 방송국 DJ로 20년 지기 매니저와 낙향한다는 스토리 라인도 "요즘 시대에 신파 찍냐"는 손가락질을 받았다. 그러나 7일 '라디오 스타'의 첫 시사회 이후 분위기는 급반전이다. "눈물나게 감동적이다" "웃길 때 웃기고 울릴 때 울린다"는 평가 속에 관객 1230만명 '왕의 남자' 신화는 길가다 동전 줍기 식으로 이뤄진게 아니란 사실을 알렸다. 이 감독은 "'왕의 남자' 때도 시사회 다음부터 입소문을 타고 일어섰다. '라디오 스타'도 그럴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무엇보다 박중훈-안성기의 투톱 카드가 아직 시들지 않았고, 약하지 않다는 점을 알린데 만족해하고 있다. "이번 영화의 시나리오는 박중훈을 위한 맞춤형이나 다름없다. 다소 판에 박히고 관성적이 되가던 그의 연기가 '라디오 스타'에서 확 살지 않았냐"며 연신 벙글거린다. "박중훈을 되살린게 가장 자랑스럽다"는 게 추석 명절에 딱 맞는 휴먼 드라마 '라디오 스타'를 찍어낸 그의 소감 한마디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