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10억짜리 루키 한기주(19)가 미운 선발에서 화려한 미들맨으로 변신했다. 한기주의 요즘 피칭을 보노라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삼성의 홀드왕 권오준에 밀리지 않는 '철벽 미들맨'이 되고 있다. 한기주는 지난 8월 9일 대전 한화전에 마지막으로 선발 등판해 2이닝동안 6실점을 허용하고 강판했다. 선발투수로서는 시즌 내내 고전을 거듭했다. 결국 선발진에서 빠지며 미들맨으로 보직변경이 됐다. 그때까지 평균자책점은 4.82. 한기주의 루키 시즌이 참혹하게 끝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미들맨으로 바뀌자 완전히 달라졌다. 이후 미들맨 성적을 보면 8월에 7경기에 등판해 15이닝동안 단 1실점했다. 그리고 9월 들어서는 9경기에 등판, 21⅓이닝동안 4자책점을 기록했다. 본격적인 미들맨으로 전환한 이후 36⅓이닝 5자책점, 평균자책점이 1.23에 불과하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3.73으로 끌어내렸다. 최근 4경기서 10⅓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기주가 없었다면 현재 KIA의 4강도 없었다. 한기주는 선발투수를 받치는 롱미들맨으로 2~3이닝을 밥먹듯 소화하고 있다. 중반 상대의 공세를 틀어막고 승리의 디딤돌 노릇을 완벽하게 수행한다. 진가가 드러난 경기는 지난 16, 17일 두산과의 빅매치. 한기주는 연이틀 등판해 각각 3이닝 무실점, 2이닝 무실점으로 막았다. 팀은 두산과의 3경기를 싹쓸이, 4강행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한기주가 미들맨으로 잘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해석된다. 우선 전력 피칭. 선발투수라면 투구수를 감안해 타자와 상황에 따라 적당히 던지는 이른바 관리 피칭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들맨으로는 150km대의 강속구를 앞세워 전력 투구가 가능해졌다. 서정환 감독은 "타자들이 한기주가 전력 피칭한 볼을 때리기는 힘들다. 미들맨으로 보직을 바꾼 이유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하나 몸쪽 승부. 한기주는 전형적인 직구와 슬라이더형 투수다. 다른 구종을 던지긴 하지만 예리한 맛이 떨어진다. 이런 투수들은 몸쪽 직구를 못던지면 공이 아무리 빨라도 난타당하기 쉽다. 한기주는 미들맨으로 변신한 뒤 공격적인 몸쪽 승부를 하고 있다. 150km짜리 몸쪽 직구에 바깥쪽 슬라이더라는 최상의 조합을 찾았다. 마지막으로 스크라이크존에 적응과 타자에 대한 경험 축적을 빼놓을 수 없다. 한기주는 "아마 때와 스트라이크존이 달라 애를 먹었다. 타자들도 제대로 몰라 고전한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젠 프로에 완전히 적응했고 없던 자신감까지 생겨났다. 다만 한기주는 8월 이후 잦은 등판과 과도한 피칭으로 어깨에 무리가 생길 우려를 낳았다. 팀 막내로 힘들어도 내색 못했고 팀 형편상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시즌 초반 필승 미들맨으로 활약한 정원이 돌아와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