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공주’ 왕빛나(25)가 마침내 물을 만났다. 물 만난 얼음은 ‘얼음’이라는 외형을 바꾸지 않고도 주변의 물과 잘 조화된다. 본질이 결국 하나이기 때문이다. 왕빛나는 외모가 갖고 있는 이미지 때문에 매번 도회적이고 냉철하며 이기적인 인물을 맡아 왔다. 최근 출연하고 있는 SBS TV 금요드라마 ‘내 사랑 못난이’(정지우 극본, 신윤섭 연출)에서도 처음에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내 사랑 못난이’에서 맡은 정승혜는 시간이 지나면서 종전과는 많이 다른 인물이 되고 있다. 차갑고 도회적이기는 하지만 본질은 따뜻하고 정감이 있다. 넘치는 정감을 이성으로 과포장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겠다. 물과 얼음처럼 말이다. 지난 9월 22일 방송분에서 왕빛나는 호태(김유석 분)와 첫 데이트에 나섰다. 승혜 앞에서 재롱을 떨던 호태가 ‘평소 얼음처럼 차갑기만 했던’ 승혜에게 한마디 한다. “어 웃기도 하네요. 물론 가끔 웃기도 했지만 항상 화가 나 있는 것처럼 보였거든요”라고 말이다. 승혜의 웃음은 실제 왕빛나의 미소이기도 하다. 드라마에서 웃음도 자연스러운 캐릭터가 됐다는 얘기다. 강예리로 등장했던 SBS 인기드라마 ‘하늘이시여’에서 왕빛나는 언제나 냉철함을 잃지 않는 아나운서였다. 시청자들은 강예리에 대해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욕심과 앙탈을 부리는 이기적인 부잣집 딸’이라는 정도의 기억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왕모(이태곤 분)를 놓고 사랑 싸움을 해야 하는 강예리로서는 자경(윤정희 분)이 갖고 있는 소양의 반대편 자리에 서야만 했다. 그런데 ‘내 사랑 못난이’에서의 승혜는 다르다. 어쩌면 ‘하늘이시여’의 자경이처럼 시청자들의 많은 동정심을 사고 있는 인물이 진차연(김지영 분)이다. 승혜는 그런 차연의 대척점에 서 있지 않고 조력자의 위치에 있다. 물론 동주(박상민 분)를 향한 복수심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기는 하지만 단순히 복수를 위해 차연과 뭉친 것은 아니다. 여기에 승혜의 따뜻한 본질이 숨겨져 있다. 시청자의 공감은 곧 인기이다. 드라마를 만드는 눈치 빠른 제작자들이 시청자들의 그런 마음을 놓칠 리 없다. 줄줄이 캐스팅도 잇따르고 있다. 오는 10월 방송되는 KBS 2TV 새 수목드라마 ‘황진이’에도 이름을 올렸다. ‘부용’이라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카메오 출연이기는 하지만 10월 7일 방송되는 SBS 특집극 ‘깡근이 엄마’(윤유예 연출)에도 모습을 드러낸다. 최근 들어 왕빛나가 출연하는 드라마 마다 시청률 대박행진을 펼친다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하늘이시여’가 초대박을 터트렸고 ‘내 사랑 못난이’가 인기 행진 중에 있으며 ‘황진이’ 또한 기대가 큰 작품이다. 왕빛나는 “출연하는 드라마가 매번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운이 정말 좋은 것 같다. 함께 출연하는 베테랑 선배들의 배려와 연기 지도 덕분에 연기자로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느낌이다. 앞으로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100c@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