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박, "호구(虎口) 잡히면 오래 간다"
OSEN 기자
발행 2006.09.24 14: 28

"한 번 호구(虎口) 잡히면 계속 간다". 김재박(52) 현대 감독이 '호구(虎口)론'을 들어 삼성과의 비교 우위을 설파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호구'는 범의 아가리, 매우 위태로운 지경에 빠진 상황, 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사람, 바둑에서 석 점에 둘러싸인 지경을 이른다. 대개 야구에서는 특정 팀에 유난히 약한 팀이나 특정 선수에 약한 선수를 일컫어 '호구 잡혔다'는 뜻으로 쓰인다. 김 감독은 "현대가 (선두 삼성을)뒤집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마지막까지 가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럽게 삼성과의 1위 다툼 전망을 했다. 여기서 마지막이란 오는 10월1~2일 열리는 삼성과의 수원 2연전을 이르는 말이다. 24일 현재 현대는 삼성에 2경기차 뒤진 2위다. 김 감독은 이어 팀간 페넌트레이스 성적이 포스트시즌에도 이어지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 아무래도 포스트시즌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본다. 심리적으로 자신감이 생기고 플레이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며 삼성을 예로 들었다. "삼성이 지금까지 현대에게 안된 이유도 그런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삼성은 항상 우리에게 조금씩 뒤져왔고 큰 경기에서는 무너졌다"는 것이다. 지난 96년 현대의 창단과 함께 현대와 삼성은 항상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해왔다. 두 팀간의 결과는 현대가 앞섰다. 지난 2000년 플레이오프에서 현대가 4연승으로 승리했고 2004년 한국시리즈에도 4승2패3무로 현대가 승리하는 등 우위를 점했다. 김재박 감독은 호구론으로 치열한 선두 경쟁과 함께 포스트시즌에서 만날 수도 있는 삼성을 은근히 깎아내린 것이다. 김 감독이 밝힌 호구(虎口)론은 이렇다. "자신감 있는 팀에는 지고 있을 때도 뒤집을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이기고 있을 때는 질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든다. 또 위기의 순간 호구 잡힌 팀들은 무너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고 엄연히 하나의 법칙으로 존재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그 법칙이 깨지는 순간 팬들은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sunn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