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만 하더라도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무언가를 잘하는 캐릭터들이었다. 액션영화라면 멋진 액션을 선보였고, 진중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영화 ‘뚝방전설’의 MC몽과 추석 개봉을 앞둔 ‘타짜’의 유해진의 모습은 이런 일반적인 생각과는 사뭇 다르다. 이름하여 ‘구강연기’. MC몽과 유해진은 영화 속에서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입담으로 승부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먼저 ‘뚝방전설’에서 유경로 역을 맡은 MC몽은 처음부터 ‘구강액션’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노타치파’의 일원인 유경로는 싸움은 못하지만 온갖 욕설과 허풍으로 상대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만약 유경로가 다른 액션영화의 캐릭터였다면 싸움은 못하지만 의리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는 그런 모습으로 그려졌을 것이다. 유경로의 화려한 욕설과 허풍은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뚝방전설’에 윤경로가 있다면 ‘타짜’에는 고광렬이 있다. 유해진이 분한 고광렬은 ‘말로 화투를 친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시끄럽다. 하지만 호들갑스럽고 요란스러운 고광렬의 입담은 타짜의 또다른 기술 중 하나다. 화투에서 기술도 중요하지만 고도의 심리전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테크닉이 부족한 고광렬은 그렇게 재잘거리는 입으로 자신의 패를 숨기고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윤경로와 고광렬로 분한 MC몽과 유해진은 능청스러우리만치 자신이 맡은 배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MC몽은 이미 많은 예능프로그램에서 그 입담을 인정받았고, 유해진은 수많은 작품에서 이와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모습은 어색함보다는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그래서 그들은 영화에서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pharo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