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교민들의 한국영화 반대 '유감' [기자수첩]
OSEN 기자
발행 2006.09.26 07: 29

LA 시내의 코리아 타운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우범지대로 자주 등장하고 묘사된다. 실제 치안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지만 영화속 장면처럼 대낮 총격전이 수시로 벌어지는 일은 없다. 그래도 현지에 거주하는 한인 동포들이 영화 제작자들과 분쟁을 겪는 경우는 드물다.
LA 다음으로 한인 동포들이 많이 모여사는 미국 내 대도시는 뉴욕이다. LA의 코리아 타운이 계속되는 이민자 유입으로 확대되는 반면에 뉴욕은 중국, 중동세에 밀려 도시 외곽과 뉴저지 쪽으로 밀려나는 추세다. 택시를 타고 '코리아 타운으로 가자'고 했을 때 LA의 운전기사들은 대개 주저하지 않고 출발하지만 뉴욕 쪽은
정확한 주소를 되묻는다. 코리아 타운의 규모가 작은데다 맨해튼 웨스트 32번가, 플러싱 등 여러 곳으로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 뉴욕 코리아 타운에서 한국 대기업이 제작하는 영화를 놓고 교민들과의 논쟁이 생겼다. CJ가 투자한 '웨스트 32번가'다. '영화 속 코리아 타운의 이미지가 범죄 지역으로 묘사됐다'는 게 교민들의 반발 이유다.
이에 대해 CJ는 25일 '뉴욕 한인타운을 범죄조역으로 묘사하고 있지도 않고 한국형 조폭영화보다 그 강도가 훨씬 낮다'고 해명자료를 냈다. 또 '몇몇 한인 상점들과 촬영 장소 섭외 과정에서의 금액 조정이 실패한 뒤 이번 논쟁이 불거진 측명이 있고 촬영 반대 의견을 낸 교민들도 일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CJ 주장에 따르면 지난 20일 반대 시위 참가자는 3명이다.
'웨스트 32번가'는 미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으로의 진출 가능성을 타진해보려는 시도로 시작된 저예산 영화다. 현재 계획된 제작비는 250만 달러, 우리 돈으로 23억여원 정도다. 한국계 변호사 존 킴이 뉴욕을 중심으로 벌이는 사랑과 음모에 범죄가 얽히고 섥히는 범죄 스릴러 장르로 교포인 마이클 강이 감독을 맡고 있다.
CJ측은 '미국 영화제작 기준으로 볼 때 초저예산 영화라서 장소 섭외에 큰 돈을 쏟을 수 없다'며 '영화 본고장 미국에서 한국 영화사가 제작하는 첫 작품부터 불협화음이 생겨난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유야 어찌됐건 일단 자기 집(한국)을 떠나 미국 시장으로 들어가면 한국영화는 푸대접이다. '태극기 휘날리며' 등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대작들이 미국 개봉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신통지않았고, 유럽의 영화제들과 달리 아카데미는 한국영화를 줄기차게 무시해 왔다. 그래서 최근 국내 영화사나 기획사들의 미국 진출은 대개 교민 사회를 발판으로 삼아서 시도되고 있다. 교민들의 성원없이는 한국 문화가 미국 땅에 뿌리내기기 어려운 측면을 감안할 때 어쩔수없는 일이다.
그 와중에 미국에서의 첫 한국 영화 제작이 시작부터 같은 핏줄끼리의 말다툼으로 삐걱거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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