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부처님처럼 빙그레 웃기만 한다. 그러면서 “지금은 여기서 최선을 다해야지”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올 시즌 주가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는 ‘그라운드의 여우’ 김재박(52) 현대 감독이 시즌 종료 후 자신의 거취에 대해 ‘소이부답((笑而不答)’이다. 김 감독은 최근 주위 기자들이 ‘올 시즌 후 타 팀으로 옮긴다는 소문이 많다. 어디로 가냐’는 물음에 그저 웃기만 할 뿐 답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있는 김 감독의 속내는 과연 무엇일까. 야구계에는 벌써부터 김 감독을 둘러싼 소문들이 무성하다. ‘친정팀 서울로 간다’, ‘제2의 고향인 인천으로 간다’, ‘현대에 잔류한다’는 등의 3가지 소문들이 떠돌고 있다. 김 감독은 시즌 중반부터 자신의 시즌 후 거취에 대해 말이 많자 “솔직히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닌가”라며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듣기에 따라서는 현대에 남을 수도 있고 다른 팀으로 갈 수도 있다는 미묘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곧바로 “지금 거취를 물어보면 팀에 계속 있고 싶다고 말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이것이 공식적인 답변”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김 감독은 “오랫동안 한 팀을 맡았으니 한 번쯤 다른 팀을 맡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벌써부터 나의 거취와 관련해 여러 말들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단 남고 싶은 게 우선”이라며 “주위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그 자체로 재미있는 일이 아니냐”고 모호하게 말했다. 서울팀행 소문에 대해서는 “팬들이 가장 많은 서울팀을 맡아 보는 것은 감독들의 바람”이라며 ‘서울로 갈 수도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이 쉽게 현대를 떠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1996년 창단 때부터 사령탑을 맡아 감독 생활을 시작한 김 감독으로선 현대와 영광을 같이 한 사람으로서 ‘의리’를 저버리기가 쉽지 않다. 올 시즌 꼴찌 후보를 상위권으로 끌어올린 것을 비롯해 지난 11년간 한국시리즈 4회 우승 등 현대의 역사와 함께 한 것이 김 감독이기 때문이다. 쉽게 떼어낼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정’이기도 하다. 또 김 감독을 후한 대우로 스카우트하기 위해서는 ‘특급 프리에이전트(FA)’ 못지 않은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도 타팀 이적이 쉽지 않은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3년 전 현대와 3년 계약에 총액 10억 5000만 원에 재계약한 김 감독을 모셔가기(?) 위해선 3년에 15억 원 안팎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여기에 지난 10년간 손발을 맞추며 호흡이 척척 맞고 있는 현대 코치들 중에서 2명만 데려가게 되도 비용은 5억 원 이상이 소요된다. 김 감독에 들어가는 몸값에 코치들까지 더하면 20억 원이 훌쩍 넘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현대 주요 고참 코치들은 현재도 연봉 1억 원을 넘게 받고 있다. 김 감독이 타팀으로 옮기게 되면 최소한 2명 정도의 코치는 김 감독과 함께 운명을 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기 때문에 김 감독을 데려가는 구단은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물론 특급 FA 몸값인 20억 원 이상을 쓰고 모든 팀의 목표인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할 수 있다면 그 정도 비용은 충분히 치를 만한 값어치가 있긴 하다. 이런 사정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김 감독으로선 비슷한 수준의 대우면 현대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지만 기대 이상의 높은 베팅이 들어오게 되면 이적도 심각하게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김재박 감독의 거취는 지난 2000시즌을 마치고 해태에서 삼성으로 옮긴 김응룡 삼성 사장 이후 프로야구 최대의 메가톤급 관심사다. 특히 잔류하든 다른 팀을 선택하든 김 감독은 역대 최고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김응룡 사장과 뒤를 이은 선동렬 감독처럼 5년 계약은 기본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이들을 상회하는 높은 계약금과 연봉도 주어질 전망이다. 선동렬 감독은 계약금 10억 원과 연봉 2억 원에 5년 계약했다. 어찌보면 시즌 후 즐거운 고민에 빠질 김 감독이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