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를 이야기하면서 이천수(25, 울산 현대)의 존재를 빠뜨릴 수는 없다. 그의 실력과 거침없는 입담 그리고 당당함은 언제나 그를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게 했으며 자연스레 이천수가 없는 한국축구는 상상조차 못하게 했다. 그런 그가 27일 다시 한 번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바로 오는 12월 개최될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에 와일드카드로 승선한 것. 함께 와일드카드로 뽑힌 김동진(24,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과 김두현(24, 성남 일화)의 선발은 예상되었으나 이천수의 합류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특히 와일드카드 3인 중 1명은 리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23세 이하 선수들과 나이 차이가 있는 선수가 주로 선발되온 관례에 비춰봤을 때 이번 이천수의 선발은 파격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천수의 경험, 그리고 전술적 완성도까지 이천수를 선발한 베어벡 감독이 노리는 것은 바로 그의 경험과 전술적 완성도. 이천수의 축구 인생을 돌아보면 무수한 고난과의 투쟁이 있었다. 부평고 시절 팀 동료이자 고교 랭킹 1위였던 최태욱을 넘어서기 위해 무수한 노력을 했으며 대학에 입학해서도 자신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을 거듭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자신을 축구 팬들에게 알리는데 성공한 그는 2002년 월드컵 엔트리에 들었지만 교체 멤버에 그치며 자존심에 금이 갔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진출한 스페인리그에서 이천수는 2시즌 동안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한국으로 유턴해 심한 마음 고생을 겪었다. 울산에서 절치부심하며 복수의 칼날을 갈던 이천수는 2005년 K리그 우승과 MVP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비해 다양한 경험을 겪었던 이천수에게 베어벡 감독이 믿음을 준 것이다. 베어벡 감독은 27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천수는 아시아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이고 자신과 동료 선수들의 득점력을 높여주는 선수" 라며 "여기에 프로선수로서의 의식도 확고해 아시안게임 대표팀 연장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생각한다" 라며 그의 경험이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술적인 완성도 역시 이천수의 발탁 이유로 들 수 있다. 도하 아시안게임까지는 채 2달도 남지 않은 상황. 따라서 베어벡 감독은 조직력 극대화를 위해 감독 취임 이후부터 23세 이하 선수들을 대표팀으로 불러들였다. 또한 23세 이하 선수들 중 김진규 이호 박주영 정조국 등 자신의 전술에 익숙해져 있는 선수들을 대거 등용해 시행착오의 가능성을 줄이고자 했다. 이렇듯 주요 포지션들이 이미 베어벡 감독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선수들로 짜여진 가운데 좌우 윙포워드와 왼쪽 풀백만이 베어벡 감독과 인연이 별로 없는 선수들이다. 따라서 베어벡 감독은 전력 증대를 위해 왼쪽 풀백으로 김동진을 선택했으며 윙포워드로 이천수를 낙점한 것이다. ▲이천수, 리더 역할을 잘해낼까? 문제는 이천수가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지다. 이미 좌우 윙포워드로서 기량이야 K리그와 국가대표팀에서 검증이 되었기 때문에 재론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리더 역할. 성인 대표팀에 선발된 이후 팀의 리더 자리와는 약간 거리를 두었던 이천수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팀의 리더 역할을 맡아 사상 첫 올림픽 8강을 이끌었다. 또한 2006 독일 월드컵과 K리그를 통해 리더 수업을 착실히 쌓았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본 베어벡 감독은 이천수가 충분히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 것이다. 대표팀의 막내이자 당돌한 아이로 기억되던 이천수. 그가 이제는 후배들을 이끌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려야 하는 필드위의 야전 사령관으로 다시 한 번 축구팬들에게 기억될 수 있을지 이천수의 또 다른 도전이 이제 시작되고 있다. bbadag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