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7일 오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실미도’ ‘한반도’를 연출했던 강우석 감독의 이름을 내건 ‘강우석 펀드’ 결성 조인식이 열렸다. 오는 11월부터 운용될 예정인 ‘강우석 펀드’의 규모는 자그마치 500억 원에 이른다. ‘강우석 펀드’는 오로지 영화에만 투자하기 위해 조성되는 것이고, 예상 수익률은 11.73%다. ‘강우석 펀드’가 조성된 주된 이유는 최근 한국영화계가 직면한 혹은 직면하게 될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다. 한국영화계는 매년 많은 수의 작품을 제작하고 있지만 투자된 금액에 비해 수익을 올리는 영화는 그리 많지 않다. 때문에 투자사들이 한국영화에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강우석 감독은 “2~3년 동안 충전의 시간을 가지려고 했다. 하지만 스크린쿼터 축소, 수익률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한 투자 위축 때문에 한국영화 제작이 어렵거나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인데 '내가 쉬고 있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강우석 펀드’ 조성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강우석 감독은 “한국영화에 투자하면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말들이 있는데 영화를 통해 돈을 벌 수 있게 한다면 자본이 흘러들어올 것이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강우석 펀드’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강우석이라는 이름에서 비롯된 신뢰감이다. 강우석 감독은 영화제작사 겸 배급사인 씨네마서비스 대표로 재직했을 때 영화의 투자가치를 증명했다. 특히 강우석 감독의 영화 ‘실미도’는 한국영화 최초로 천만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때문에 ‘강우석 펀드’가 투자된 영화는 작품성은 물론 흥행성도 보장된다는 말이 포함되는 것이다. 또 ‘강우석 펀드’가 투자하려고 하는 영화들은 일명 ‘튀는 영화’다. 시나리오는 좋지만 웬만해서는 투자받기 곤란한 영화들이다. 저예산 영화도 포함된다. 강우석 감독은 “‘강우석 펀드’는 건전한 펀드다. ‘역시 강우석 펀드답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된다는 가능성만 있으면 된다”고 밝혔다. ‘강우석 펀드’의 운용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최근 위축된 한국영화 제작에 신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오직 흥행만을 위한 영화가 아닌 영화의 다양성을 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강우석 펀드’가 가지는 위험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강우석 펀드’ 운용의 신뢰성도 중요하지만 결국 ‘강우석 펀드’도 수익을 내어야 하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5년동안 운용될 ‘강우석 펀드’가 예상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흑자가 아닌 적자로 마감된다면 한국영화의 미래는 더 암담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영화의 다양성과 발전을 위해 조성된 펀드이지만 만약 실패했을 경우 한국영화에 대한 투자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흥행만을 노리는 영화 제작 일변도가 될 수 있다. ‘강우석 펀드’는 분명 위기에 처한 한국영화를 살리기 위한 방법이다. 향후 5년 동안 어떻게 운용돼 얼마만큼 수익을 올릴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분명한 것은 ‘강우석 펀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돼야 한국영화의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pharo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