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 가이’답게 후배를 위해 스스로 다짐한 약속을 지켰다. 메이저리그 최약체인 탬파베이 데블레이스로 이적한 후 승수 쌓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이스 가이' 서재응(29)이 한국인 빅리거 후배인 추신수(24.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게 홈런 한 방을 '선물'했다. 서재응은 1일(이하 한국시간) 제이콥스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전에 선발 등판, 우익수 겸 6번타자로 선발출장한 추신수에게 2회 우월 솔로 홈런을 맞았다. 0-0 동점이던 2회 선두타자로 나선 추신수가 서재응을 상대로 파울을 3개나 기록한 뒤 볼카운트 2-1에서 5구째 안쪽 직구를 통타해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긴 것이다. 지난 달 4일 보스턴전서 기록한 만루홈런 이후 오랜만에 기록한 홈런포로 시즌 3호다. 서재응과 추신수는 지난 8월 21일 탬파베이의 홈구장인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첫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첫 맞대결에서는 삼진과 중전 안타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당시 서재응은 처음 만나는 한국인 빅리거 후배인 추신수를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며 즐거운 만남을 가졌다. 서재응은 추신수를 만나기 전부터 주위 지인들에게 "맞대결을 하게 되면 결정적인 상황이 아닐 경우 직구만 던지겠다”고 공언했다. 서재응은 “추신수가 아직은 변화구에 약점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직구 위주의 편한 승부를 펼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첫 대결에서는 긴장한 추신수가 장타를 날리지 못했지만 2번째 맞대결에서는 첫 타석서 홈런포로 서재응의 직구를 공략한 것이다. 서재응의 직구 위주 정면 승부 덕분에 추신수는 지난 8월 4일 보스턴 레드삭스전서 만루홈런을 터뜨린 이후 39경기만에 터진 홈런으로 짜릿한 손맛을 봤다. 4회 2번째 타석에서는 1루 땅볼 아웃. 또 최근 들쭉날쭉한 출장으로 타격 상승세를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추신수로선 의미있는 한 방이었다. 게다가 내년 시즌 주전 확보를 위해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찍어야하는 추신수에게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사실 서재응도 추신수 등 남을 배려할 만한 처지는 아니다. 지난 6월 28일 LA 다저스에서 탬파베이로 이적한 후 16번의 등판에서 8번씩이나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에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하고도 단 1승밖에 올리지 못하는 등 불운을 겪고 있다. 그래도 서재응은 내년 시즌 붙박이 선발요원으로 인정을 받고 있어 추신수보다는 안정된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이날도 추신수에게 홈런을 내주는 등 5이닝 5실점을 기록해 승수를 쌓지 못하고 3승으로 시즌을 마쳤다. 추신수에 비해 다소 여유가 있는 서재응이 ‘형님’으로서 후배 추신수에게 홈런 한 개를 내주며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킨 셈이 됐다. 서재응은 한국인 빅리거들 중에서는 동기생인 김선우(신시내티)와 함께 맏형 박찬호(33.샌디에이고) 바로 다음 고참으로 후배들과 끈끈한 정을 보여주고 있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