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요즘 뉴욕은 마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 같은 분위기다. 팬들과 미디어는 "이제 11승 남았다"며 27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디비전시리즈와 리그 챔피언십시리즈, 그리고 월드시리즈에서 승리하는 데 필요한 승수의 합이 11승이라는 의미다. 이런 뉴욕에서 이번 플레이오프를 남다른 각오로 준비하고 있는 선수가 있다. 바로 '2억5천200만 달러의 사나이' 알렉스 로드리게스다. '슈퍼스타'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는 로드리게스는 뉴욕에서의 10월을 뼈아픈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양키스에 합류한 지난 2004년 미네소트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타율 4할2푼1리 2루타 3개 홈런 1개를 치며 '이름값'을 했지만 이후 지난해까지 열린 포스트시즌 9경기서 32타수 4안타에 그치며 온갖 비난을 받았다. 일부 팬들은 그를 "저주 덩어리'라고 폄하하며 팀에서 내보내라고 아우성이었다. 올해에도 팬들의 분노와 조롱은 그치지 않는다. 그가 타석에 등장하면 팬들은 야유를 퍼붓고 부진을 은근히 '기대'한다. 범타에 그치면 "그것 보라"며 손가락질 하고, 안타나 홈런을 치면 "영양가가 없다"고 폄하하기 일쑤다. 주장인 데릭 지터는 물론이고 제이슨 지암비, 호르헤 포사다에 마쓰이 히데키 마저 팬들의 큰 인기를 얻는 마당에 현역 최고의 선수인 그만은 조롱거리로 전락한 것이다. 로드리게스는 이번 정규시즌서 타율 2할9푼 35홈런 121타점을 기록했다. 수비에서는 24개의 실책을 범해 AL 3루수 중 최다를 기록했지만 그의 수비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팬들의 차가운 반응을 되돌리는 결국 중요한 경기에서 해내는 것이다. 매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 없는 플레이오프에서 명성에 걸맞는 활약을 펼친다면 로드리게스에 대한 뉴요커들의 여론도 바뀔 여지가 있다. 정규시즌에서는 잘 하다가도 포스트시즌서는 부진에 빠져 '미스터 메이'라는 오명을 들었던 데이드 윈필드의 전철을 받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그는 잘 알고 있다. 랜디 존슨이 빠진 양키스는 투수력이 다소 얇아졌지만 여전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8개팀 중 최강 전력으로 평가받는다. 굴곡이 있긴 했지만 시즌 내내 양키스의 중심 타자로서 맹활약한 그가 이번에는 '미스터 옥터버'란 찬사를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