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연패 최하위' LG, 최종전서도 '난맥상'
OSEN 기자
발행 2006.10.03 09: 20

"나머지 125경기와 다를 게 없어요. 다만 선수들과 이긴 뒤 악수하고 끝내고 싶네요. 지고 하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양승호 LG 감독대행은 어쩌면 사령탑으로서 마지막 경기일지 모를 지난 2일 SK전을 앞두고 이렇게 소감을 드러냈다.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꼴찌 확정, 그리고 7연패 중이었기에 최종전 만큼은 꼭 이기고 싶을 것이 자명했지만 의외로 양 대행은 담담하고 소탈했다. 그러나 결론부터 얘기하면 LG 선수들은 양 대행의 소박한 마지막 바람마저 이뤄주지 못했다. 7회초까지 3점차로 앞서던 경기를 3-1로 쫓기다 8회말 3실점, 3-4로 역전패 당했다. 덕분에 조범현 SK 감독은 명예롭게 사퇴 기자회견을 열 수 있었건만 LG 선수단은 끝나자마자 3루측 덕아웃을 비웠다. 선발 정재복이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자 양 감독은 베로커-심수창 등 선발 요원을 투입했고 동점을 허용한 8회 2사 3루에선 마무리 우규민까지 올렸지만 역부족이었다. 특히 8회말 올린 심수창이 3연속 안타로 무사 만루에 몰린 것이 치명적이었다. 여기서 더욱 볼썽 사나운 꼴은 심수창의 강판 때 벌어졌다. 박재홍의 내야땅볼로 3-2로 추격당하고 2,3루 위기가 계속되자 차명석 투수코치는 좌완 김재현으로 교체를 위해 마운드로 올라왔다. 그러자 심수창은 차 코치에게 공을 건네주는 게 아니라 포수에게 공을 휙 던져버리고는 차 코치가 마운드로 미처 도달하기도 전에 덕아웃으로 들어가 버렸다. 무엇 때문에 그리 분노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제 갓 3년차 투수가 취할 행동으로 안 보였다. 해석의 비약일지 모르겠지만 최하위 LG 선수들이 현 코칭스태프를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하나의 단서 같았다. '어차피 이 경기 후면 떠날 사람들'이란 인식을 근저에 깔고 있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대담무쌍'한 행위로 비쳤다. 2006시즌 LG는 치명적이라 할 정도로 파괴됐다. 이것이 창조적 파괴로 승화될지 여부는 이제 프런트의 몫으로 돌아가게 됐다. 여기서의 혁신 과제에는 감독이나 선수 영입뿐 아니라 기존 선수들의 정신 자세도 포함되야 한다. sgo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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