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4색이다. 야구에 관한한 색깔이 확실히 틀리다. 저마다 개성이 돋보이는 야구로 한국시리즈 정상을 꿈꾸고 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프로야구 4개 구단 사령탑은 선수시절부터 보여줬던 저마다의 색깔을 지닌 야구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8일 오후 2시 대전구장 한화와 KIA간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시작으로 포스트시즌에 돌입하는 4개구단(1위 삼성, 2위 현대, 3위 한화, 4위 KIA) 감독들의 다른 색깔들을 살펴본다.
▲선동렬 삼성 감독, ‘지키는 야구’
현역시절 ‘국보급 투수’라는 칭호를 들을 정도로 초특급 투수출신인 선 감독은 지도자로서도 투수쪽을 강조하는 스타일의 야구를 추구하고 있다. 첫 지도자로 나선 2004년 투수코치 시절부터 선 감독은 투수들을 집중조련했다.
2005년 감독으로 취임한 후에도 특히 불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걸출한 스타를 탄생시켰다. 작년 신인때부터 특급 소방수로 탄생한 우완 오승환(24)과 ‘믿을 맨’ 권오준(26)이 대표적인 선 감독의 작품이다. 올해 더욱 진가를 발휘한 오승환은 한 시즌 최다 아시아 세이브 신기록(47세이브)까지 수립하는 기염을 토했고 우완 셋업맨인 권오준도 한 시즌 최다 홀드(32홀드) 한국신기록을 작성했다.
선 감독은 권오준과 오승환의 ‘KO펀치’에 올 포스트시즌에서는 선발에서 팔꿈치 통증으로 불펜으로 전환한 우완 배영수까지 불펜진에 합류시켜 강력한 ‘지킴이 마운드’를 구축했다. 선 감독은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에서는 정규시즌보다도 더 강력한 ‘지키는 야구’를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5회 이후 1, 2점 앞서거나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면 어김없이 철벽불펜진을 가동, 승리를 지켜낼 태세이다.
▲김재박 현대 감독, ‘짜내기 야구’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개구리 번트’로 일본과의 결승전 승리를 이끈 김재박 감독은 ‘짜내기 야구’의 진수를 선보이고 있다. 선수시절 공수주 3박자를 갖춘 초대형 유격수 출신답게 야수들에게 작전소화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김 감독은 동계전지훈련때부터 전선수들에게 ‘번트훈련’을 중시하며 실천토록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결과 현대는 외국인 강타자 서튼을 제외하고는 중심타자들도 모두 득점찬스에서는 ‘보내기 희생번트’를 성공시키며 감독의 작전에 부응하고 있다. 김 감독이 번트능력을 갖춘 발빠른 선수들을 선호하는 것은 물론이다.
김 감독의 ‘지키는 야구’ 스타일은 일부의 비난을 사기도 하지만 전력이 약한 팀에서 생존을 위해 구사할 수 있는 작전으로 항변하고 있다. 올 시즌 153개의 희생타는 8개 구단 최고로 김 감독의 야구 스타일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한다.
김 감독은 경기 초반에도 상황이 되면 번트내지는 히트 앤 드런 등 작전을 내린다. 특히 선취점이 중요한 포스트시즌에서는 1회부터라도 득점 찬스가 오면 번트공격을 주저하지 않을 태세이다. 여기에 감독의 스타일을 잘 파악하고 있는 현대 선수들은 기습번트 공격도 심심치않게 감행하며 공격의 돌파구를 뚫고 있다. 전준호, 이택근 등은 기습번트 공격능력이 있다.
▲김인식 한화 감독, ‘믿음의 야구’
실업야구 시절 부상으로 일찌감치 현역 투수생활을 그만둬야 했던 김인식 감독은 자신이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끝냈던 아쉬움을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런 경험은 부상내지는 실력저하로 타구단서 퇴물취급받는 선수들을 회생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두산 감독시절은 물론 지난 해 한화에서도 최영필, 조성민 등을 부활시켜 ‘재활공장장’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이다.
부상이나 부진으로 실력발휘를 못하는 선수를 재기시키는 것은 감독의 믿음이 없으면 힘든 일이다. 김 감독은 한 번 믿은 선수는 웬만해서는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선수는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좋은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올해 시즌 개막전 치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이 4강진출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김 감독의 ‘믿음의 야구’도 한 몫을 단단히 했다는 평이다. 투수출신으로서 안정된 마운드 운영과 선수들에 대한 믿음으로 실력이상의 효과를 끌어내 ‘국민감독’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김 감독은 때로는 이웃집 아저씨같은 넉넉한 마음으로 젊은 선수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눈다. 또 때로는 가차없는 질책으로 감독의 믿음에 실망시키지 않도록 채찍을 가하기도 한다.
올해 포스트시즌서도 김 감독의 ‘믿음의 야구’는 진가를 발휘할 태세이다. 김 감독과 함께 하며 부상을 딛고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특급 선발 문동환을 비롯해 특급 불펜으로 자리매김한 우완 최영필, 그리고 신인을 과감히 기용해 성공시킨 ‘괴물신인’ 좌완 특급 류현진이 김 감독의 믿음에 보답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서정환 KIA 감독, ‘감각의 야구’
선수시절 특급 유격수였던 서정환 KIA 감독은 내야수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야구를 펼친다. 현역때 내야수비의 핵으로 활동했던 경험이 감독으로서 작전을 구사하는데도 묻어나온다. 유격수로서 세밀한 야구를 수행해냈던 서 감독은 감각적인 야구로 승리를 이끌어내고 있다.
서 감독의 ‘감각 야구’는 수비력에서 일단 호성적을 내고 있다. KIA는 올 시즌 2루 및 유격수 등에 시즌 막판까지 붙박이 수비수들이 자리잡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8개구단 중 실책이 최소였다. 주전 내야수들이 부상 등으로 빠진 가운데 백업멤버들을 최대한 활용하며 정규시즌 실책 66개로 최소실책 구단이 됐다.
이처럼 서 감독은 주전들의 부상으로 빠진 공백을 임기응변식으로 메우며 올 시즌을 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전 2루수 김종국의 시즌 초반 부상공백은 내외야를 오가던 손지환으로 채웠고 유격수 홍세완의 부상 공백은 3루수 이현곤의 유격수 전환으로 메우는 등 시즌 내내 불안한 내야를 감각적 기용으로 안정화시켰다. 서 감독은 이번 한화의 준플레이오프에도 내야수를 9명씩이나 26명 엔트리에 넣으며 수비력을 강조하고 있다.
또 마운드 운용도 내야진 운영과 비슷했다. 사상 최고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신인 한기주의 불펜전환도 서 감독의 ‘감각야구’가 빛을 발한 케이스다. 한기주는 구위는 좋았지만 지나친 부담감으로 인해 선발로서는 기대에 못미치자 시즌 중반부터는 불펜으로 돌렸다. 덕분에 한기주는 특급 불펜으로 자리잡으며 KIA가 막판 두산과의 4강싸움에서 승리하는데 디딤돌이 됐다.
선발에서 마무리로 돌렸으나 기대에 못미친 장문석을 다시 선발로 전환시키고 신예 윤석민을 소방수로 기용한 것도 서 감독의 감각적 운용의 결과다.
과연 올 포스트시즌서 야구 스타일이 서로 다른 4명의 감독들이 어떤 결과를 빚어낼지 야구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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