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에 ‘바람의 아들’ 이종범(36)이 있다면 한화에는 ‘대성불패’ 구대성(37)이 있다. 둘은 1993년 프로에 데뷔한 동기생으로 절친하다. 좌완 투수와 우타자라는 위치가 다르지만 둘은 여러 가지 면에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나란히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했다가 복귀한 것은 물론 한국시리즈 챔피언 반지를 끼고 있는 팀내 구심점이다. 이종범은 신인이던 1993년을 비롯해 1996년, 1997년 KIA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1993년과 1997년에는 한국시리즈 MVP에 오르기도 했다. 1994년에는 정규시즌 MVP.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대성불패’의 면모를 과시한 구대성은 1996년 정규시즌 MVP에 오른 뒤 1999년 한화 창단 첫 우승의 일등공신으로 맹활약, 한국시리즈 MVP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처럼 구대성은 동기생인 이종범에 맞서 팀을 정상으로 이끄는데 앞장섰다. 또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이종범과 호흡을 맞춰 한국이 4강진출의 위업을 달성하는데 기여했다. 이종범과 줄곧 선의의 경쟁을 펼쳐오던 구대성은 일본과 미국을 거쳐 6년만에 복귀한 한국무대에서 이종범과 진검승부를 펼치게 됐다. 8일부터 시작되는 준플레이오프에서 ‘방패와 창’으로 대결, 팀승리의 선봉장이 돼야 한다. 구대성은 전성기때에 비해 볼스피드가 떨어진 탓에 예전만큼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시즌 초반에는 새로 개발한 체인지업을 앞세워 잘나갔으나 중반 이후 체력이 떨어지면서 고전했다. 그러다가 시즌 막판에 원기회복, 안정된 투구를 펼치며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힘을 보탰다. 구대성은 구위는 전성기에 못미치지만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관록투는 다시 한 번 진가를 발휘할 태세이다. 특히 포스트시즌처럼 총력전을 펼치는 경기에서는 베테랑의 관록이 중요하다. 큰 경기에서 떨지 않고 마운드를 지배하며 타자들을 요리하는 면에서는 구대성이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5일 시즌 최종전인 롯데전에 마무리로 등판, 1이닝 무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37세이브째를 기록하며 구위를 점검한 구대성이 1999년의 영광재현을 다짐하고 있다. 시즌 37세이브는 구원부문 4위. 정규시즌 최종 성적은 3승 4패 37세이브에 평균자책점 1.82로 시즌 개막직전 55만달러(한화 약 5억3000만원)를 들여 영입한 한화 구단의 기대에 부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