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 위기' 양키스, 무엇이 문제인가
OSEN 기자
발행 2006.10.07 13: 38

[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뉴욕 양키스가 위기에 빠졌다. 7일(한국시간) 디트로이트에 0-6으로 완패하면서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 전적 1승 2패를 기록, 탈락 위기에 처한 것이다. 지난 4일 1차전서 산뜻하게 승리할 때만 해도 시리즈가 이렇게 흐를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다. 양키스는 동향의 메츠와 함께 빅리그 최강의 타선을 바탕으로 언제든지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최근 2경기서 양키스는 그간의 찬사와 경탄과는 달리 '안 되는 팀'의 전형을 보여줬다. 2차전서는 초반 리드를 잡았지만 투수진이 리드를 날렸고 경기 후반 갑자기 방망이가 침묵하면서 어이없이 1패를 안았다. 이날 3차전에선 시작부터 투타가 완전히 가라앉으며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졸전을 펼친 끝에 연패를 당한 것이다. 양키스의 가장 큰 약점은 투수진이다. 신예 왕젠밍을 제외한 노장 마이크 무시나와 랜디 존슨은 이미 전성기를 지난 상태이고 그나마 존슨은 최근 허리 부상으로 경기 출장 여부조차 의문시됐다. 4차전 선발로 예정된 재럿 라이트는 '어쩔 수 없이' 내보내는 성격이 강할 만큼 미덥지 못하다. 하지만 워낙 강한 타선을 갖추고 있어 오랜만에 포스트시즌에 올라온 디트로이트를 제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예상이었다. 그러나 일말의 불안감은 '역시'가 됐다. 1차전서 왕젠밍이 깔끔한 투구를 펼쳤지만 불펜진은 불안한 투구 끝에 한때 팬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고 2차전서는 무시나가 리드를 지키지 못하면서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3차전서도 존슨이 6이닝을 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 탓에 힘 한 번 못쓰고 패배를 떠안아야 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타선에 있다. 1번부터 9번까지 지그재그로 이어진 양키스 타선은 베이브 루스-루 게릭-토니 라제리가 주도했던 과거 '살인 타선'을 연상케 했지만 큰 경기서 갑자기 집단 무기력증에 빠졌다. 2차전 4회 자니 데이먼의 홈런 이후 양키스는 14이닝 연속 무득점 행진 중이다. 더 심각한 것은 주자가 나갈 때마다 진루시키는 데 곤란을 겪는다는 데 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뿐 아니라 한때 타격왕을 노렸던 로빈슨 카노의 부진도 심각하다. 이날은 '믿었던' 자니 데이먼과 데릭 지터도 명성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날 경기를 미국 전역에 중계한 ESPN의 저명한 해설자 조 모건은 "양키스는 뒤진 상태에서 경기의 흐름을 뒤집을 수 있는 한 방만을 노리고 있다"며 호화 타선의 부작용을 꼬집었다. 선수단 전체가 슈퍼스타로 구성돼 있으니 '내가 해내야 한다'는 소명 의식이 선수단 전체에 퍼져 있다는 의미와 다름 없었다. 포스트시즌 같은 큰 경기에선 그 어느 때보다도 투타의 조화가 절실하다. 투수진만 잘해서도, 공격만 강해서도 탈락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양키스는 마운드면 마운드, 방망이면 방망이 모두가 제 모습을 잃은 듯하다. 이제 양키스에게 남은 기회는 2차례. 그나마 4차전을 반드시 잡아야 5차전까지 갈 수 있다. 사면초가에 배수의 진을 칠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양키스는 둘러싸여 있다. 가장 절박한 때에 월드시리즈 우승 26회의 저력이 발휘될 수 있을까. workhors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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