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날쭉 TV 편성, 추락하는 시청률 신뢰도
OSEN 기자
발행 2006.10.08 09: 07

지상파 방송 3사의 시청률이 요동치고 있다. 시청자들의 기호가 급변해서가 아니다. 추석 연휴를 맞아 편성을 제멋대로 했기 때문이다. 10월 7일 방송된 SBS TV 대하사극 ‘연개소문’은 9%(TNS미디어코리아 집계)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평소 20% 전후로 맴돌던 시청률에서 무려 10% 포인트가 빠져나갔다. 원인은 KBS 2TV가 인기 주말연속극 ‘소문난 칠공주’를 2회 연속 편성했기 때문이다. ‘소문난 칠공주’는 34.8%, 36.3%라는 평상시 성적을 기록했지만 동시간대 프로그램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소문난 칠공주’ 2회분 방송시간과 겹친 ‘연개소문’이 참패를 당했고 MBC TV ‘뉴스데스크’는 4.8%를 기록했다. 4.8% 시청률은 드라마라면 조기종영이, 예능 프로그램이면 폐지 논의가 대두됐을 수치다. KBS 2TV는 8일 저녁 7시 40분부터 추석특집 스포츠 이벤트 ‘한국-가나 국가대표 축구 친선경기’를 잡아 놓아 ‘소문난 칠공주’를 2회 편성했다. 드라마를 2회 연속 편성해 내보낸 경우는 비단 ‘소문난 칠공주’ 뿐만이 아니다. MBC TV는 인기 수목드라마 ‘여우야 뭐하니’를 지난 4일 2회 연속으로 방송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5일 밤 추석 특선영화 ‘캐리비언의 해적’ 1, 2부를 내보내기 위해서였다. SBS TV도 마찬가지다. 8일 밤 특별기획 ‘사랑과 야망’을 2회 연속 편성했다. 대하사극 ‘연개소문’이 끝나고 ‘사랑과 야망’이 연속으로 방송된다. 한술 더 떠 SBS는 수목드라마 ‘무적의 낙하산 요원’을 아예 한 주일 빼먹기도 했다. 대신 그 자리엔 추석 특선 영화를 편성했다. 그런데 이런 원칙 없어 보이는 편성에도 원칙은 있었다. 상대 채널을 뺏어올 만한 경쟁력 있는 드라마를 집중적으로 2회 연속 편성했다는 점이다. ‘소문난 칠공주’ ‘여우야 뭐하니’ ‘사랑과 야망’은 모두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드라마들이다. 아무리 민족의 대이동이 일어나는 추석 연휴라고는 하지만 편성의 횡포가 심하다. 추석 특선이라는 이름으로 평상시 편성을 완전히 무시한 채 인기 드라마와 특선 영화만 줄기차게 채워 넣었다. 시청률이 보여주는 수치도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 시청률은 통계다. 일정한 조건 아래서 연속성을 갖고 움직이기 때문에 그 수치에 웃을 수도, 울 수도 있었다. 작품의 인기도를 가늠하는 객관적인 기준이기 때문에 수치의 추이를 읽으면서 시청자들의 패턴을 파악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평상시 20%를 기록하던 드라마가 어느 날 9%로 급전직하 했다면 누가 이 시청률에 의미를 실어 줄 수 있을까. 이미 통계로서 가치를 잃어버린 한낱 숫자에 불과하다. 추석 연휴라는 특수 상황을 업고 기준도 원칙도 없는 편성을 해댄다면 TV가 져야 할 사회적 책임을 너무 가벼이 여기는 것이 아닐까. 100c@osen.co.kr 추석 특집 편성의 영향으로 9%라는 최악의 시청률을 기록한 ‘연개소문’.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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