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30. 요미우리 자이언츠)이 화를 냈다. 일본 진출 이후 그라운드 안에서 자신의 감정을 좀체 드러내지 않았던 이승엽도 이번에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8일 오사카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한신 타이거스와의 원정경기. 이승엽은 8회 2사 후에 맞이한 네 번째 타석에서 한신의 세 번째 투수 제프 윌리엄스(34)가 던진 초구를 엉덩이에 얻어맞았다. 웬만하면 그냥 걸어나갈 법도 했으나 이승엽은 고의성이 짙다고 판단한 듯 윌리엄스를 노려보며 1루로 가지않고 멈춰섰다. 요미우리 1루코치의 만류로 더 이상 움직임은 없었으나 홈런 한 방의 기대가 걸려 있던 상황이어서 분노를 감추지 못한 표정이었다. 한신의 오카다 야키노부 감독은 승리에 강한 집념을 보이며 선발 좌완 이가와 겐(27)에 이어 선발급 투수인 안도 유야(29)를 7회부터 투입했다. 8회 2사 후 이승엽 타석에서는 좌완 윌리엄스를 내보냈고, 이승엽에게 다분히 의도적인 공을 던져 몸에 맞혔다. 1-1 동점을 이룬 7회 1사 2루 때 요미우리의 두 번째 투수 하야시 마사노리가 한신의 4번타자인 노장 가네모토 도모아키(38)를 상대로 빈볼성 투구를 한데 대한 응징의 인상을 풍긴 장면이었다. 이승엽은 올 시즌 5번째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다. 10월4일 요코하마 베이스타즈전(도쿄돔)에서 시즌 41호 홈런을 날렸던 이승엽은 이 경기에서 홈런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한신의 선발 좌완 이가와 겐(27)을 상대로 3타석 2타수 1안타(2루타), 1볼넷을 기록했다. 올해 이승엽에게 홈런 5방을 얻어맞는 등 맥을 추지못했던 이가와와 맞겨뤄 이승엽은 1회 2사 1루의 첫 타석에서는 좌중간 선제 적시 2루타를 날렸고, 3회 1사 3루의 두 번째 타석에서는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6회 1사 후 세 번째 타석에서는 볼넷을 골랐다. 1회에 이승엽은 이가와의 초구 직구를 흘려보낸 다음 2구째 시속 142㎞짜리 가운데 낮은 직구를 때려 장타를 만들어냈다. 시즌 30번째 2루타로 107타점째를 올렸다. 한편 센트럴리그 홈런더비 1위를 굳히고 있는 타이론 우즈(37. 주니치 드래곤즈)는 이날 홈런을 추가하지 못했다. 이승엽과의 홈런 차이는 3개(44:41) 그대로이다. 이승엽은 당초 공언한대로 오는 10일 도쿄돔에서 열리는 주니치전을 끝으로 올 시즌을 접고 13일 왼쪽무릎 관절경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두 게임을 남겨놓고 있는 요미우리의 최종전은 15일 야쿠르트 스왈로즈(진구구장)전이다. chuam@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