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움직임을 보면 그 팀이 보인다. 비록 1경기였지만 총력전인 만큼 한화-KIA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은 양 팀의 마운드 운용 전술을 읽기에 크게 모자람이 없었다. 지난 8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한화는 4명의 투수, KIA는 3명의 투수를 각각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등판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 경기 진행 도중 불펜의 움직임을 살피면 두 팀의 필승 마운드 운용 전략을 짐작할 수 있었다. ▲3회초 한화 먼저 불펜이 움직인 쪽은 한화였다. 선발 문동환이 1회 장성호-이재주에게 랑데부 솔로홈런을 맞은 것을 비롯해 3회에도 흔들렸기 때문이다. 문동환이 3회 투아웃을 잡아놓고 볼넷-안타에 이어 4번 이재주에게 불카운트 승부 끝에 141km 직구를 던지다 몸에 맞는 볼을 내주자 한화 불펜에서는 정민철이 몸을 풀었다. 선발이 일찍 무너질 경우 롱맨 보직이 정민철에게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문동환이 5번 이종범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 정민철은 벤치로 돌아갔고 다시 불펜에 나타나지 않았다. ▲4회말 KIA 3,4회 달아날 찬스를 거듭 놓치자 서정환 KIA 감독은 불안감을 드러냈다. 선발 김진우가 큰 흠 없는 피칭을 펼치고 있음에도 4회말부터 한기주와 전병두가 불펜에 나타났다. 이어 5회 2-2 동점을 허용하자 불펜조는 한기주-신용운으로 바뀌었다. 결국 서 감독은 6회 투아웃 상황에서 신용운을 올렸다. 투구수 77구인 상태에서 강판된 김진우는 납득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6회 이후 한화 6회 최영필과 권준헌이 같이 몸을 풀었는데 김인식 감독은 최영필을 먼저 올렸다. 그 다음에 권준헌은 지연규와 같이 몸을 풀었다. 7회 들어서는 구대성이 점퍼를 입은 채로 롱 토스를 시작했다. 구대성은 8회 몸도 별로 풀지 않은 상태에서 마운드에 올랐으나 9회까지 4타자를 완벽 요리하는 관록을 발휘했다. 김 감독은 "구대성을 연장 10회까지 올리고, 그 이후에는 지연규를 투입하려 했다"고 경기 후 밝혔다. ▲7회 이후 KIA 1점 싸움으로 경기가 흘러가자 마무리 윤석민이 7회말 러닝을 시작했다. 과할 정도로 불펜에서 오래 대기한 한기주는 8회말에서야 등판했다. 그러나 마운드에 오를 때 발이 엇갈려 넘어질 뻔할 정도로 긴장을 노출한 한기주는 9회말 보크로 포스트시즌 첫 등판에서 제대로 헛 발을 딛고 말았다. 불펜에서 앞선다는 소리를 듣던 KIA가 정작 불펜 싸움에서 져버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었다. sgoi@osen.co.kr 나란히 6회 2사 후에 강판하는 선발 투수 문동환(왼쪽)과 김진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