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2번의 2군 강등 수모를 포스트시즌서 씻어내려는 '바람의 아들' 이종범(36)이 'KIA호'의 운명을 걸고 2차전에 나서게 됐다. 이종범은 지난 8일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3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팀의 2-3 역전패를 지켜봐야 했다. 더욱이 승부처에서 무기력하게 물러났던 이종범으로선 9일 2차전서 1차전 부진을 만회하며 팀을 벼랑 끝에서 살려내야 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1차전에 5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한 이종범은 특히 2-0으로 앞선 3회 2사만루 찬스에서 성급한 공격으로 3루 땅볼에 그쳐 추가점을 뽑는 데 기여하지 못했다. KIA로선 초반 홈런 2방을 맞고 흔들리던 한화 선발 문동환으로부터 추가점을 올려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찬스였지만 이종범이 기대에 못미친 것이다. 이종범은 흔들리고 있던 문동환을 좀 더 괴롭혔어야 했는데 볼카운트 0-2에서 3구째를 타격했다. 분위기상 좀 더 기다려야 하는 시점에서 조금 성급한 공격이었다. 이 순간이 1차전 최고의 승부처였지만 이종범이 무기력하게 물러난 것이다. 서정환 KIA 감독은 1차전 시작 전부터 "이종범이 잘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이길 수 있다"며 이종범의 맹활약을 기대했다. 신인이던 1993년 한국시리즈 MVP인 이종범이 한국시리즈 3회 우승의 관록과 큰 경기에서 강한 베테랑 주장으로서 젊은 후배들을 이끌어주기를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 벤치는 이종범을 '종이 호랑이'로 여기고 있는 분위기다. 한화 벤치는 3회 승부처에서 1회 홈런을 날린 4번 이재주와 정면 승부를 피하고 올 시즌 '야구 천재'의 모습을 제대로 못보여준 이종범과의 대결을 선택했다. 그리고 성공을 거뒀다. 이종범의 올 시즌 성적은 93경기서 타율 2할4푼2리(339타수82안타), 홈런1개, 타점 21개, 도루 10개가 고작일 정도로 부진, 예전의 이종범이 아니라는 분석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규 시즌 성적표는 그야말로 참고사항에 불과할 뿐이다. 이종범은 시즌 막판 두산과의 치열한 '4강싸움'때 선봉장으로 맹활약, 이전의 부진을 만회하며 포스트시즌 맹활약을 별렀다. 9월에는 3할대의 고감도 방망이를 휘둘렀다. 특히 올 시즌 개막 직전 열렸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한국의 4강 진출 위업 달성에 일등공신이었던 모습이 생생히 남아 있는 KIA 팬들로서는 이종범이 살아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1차전 패배로 벼랑 끝에 몰린 KIA로선 간판타자이자 주장인 이종범이 9일 2차전에서는 예전의 활기찬 활약을 펼쳐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이종범이 살아야만 승리가 보이기 때문이다. 이종범이 '종이 호랑이'로 여기고 만만하게 보고 있는 상대에게 카운트 펀치를 날릴 것인지 2차전이 궁금하다. 이종범이 1차전의 부진을 딛고 광주 홈구장에서는 '바람몰이'에 성공할 것인지 주목된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