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의 발에 괴물이 농락당했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은 승패에 관계없이 흥미로운 대결이 펼쳐졌다. 노회한 야구천재 이종범(36)과 괴물루키 류현진(19)의 만남이었다. 이종범은 1차전에서 중요한 찬스에서 범타로 물러나는 등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KIA에게 올 시즌 최고투수 반열에 오른 류현진은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았다. 이미 한 차례 격돌해 완봉 직전까지 가는 수모를 당했다. 그러나 미세한 틈은 있었다. 류현진이 빠른 발을 갖춘 주자가 나가면 흔들리는 점이었다. 그 실례를 이종범이 여실히 보여주었다. 1회말 첫 타석에서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난 이종범은 4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초구를 후려쳐 깨끗한 좌전안타로 출루, 광주구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관중석에서는 "뛰어"라는 함성이 쏟아졌고 이종범은 이재주 타석에서 2구째 도루를 감행, 2루에 안착했다. 이종범의 도루 본능은 식지 않았다. 이재주가 고의볼넷으로 출루하고 후속타자 조경환 타석에서 또다시 2구째 전광석화처럼 3루를 향해 돌진했다. 깜짝 놀란 한화 포수 신경현이 볼을 뿌렸지만 이종범의 발은 이미 3루를 밟고 있었다. 결국 이종범은 조경환의 우익수 희생플라이 때 여유있게 홈을 밟았다. 치명적인 상황은 6회에 나왔다. 1사후 류현진을 상대로 중견수 데이비스의 왼쪽으로 가는 안타성 타구를 날리고 2루까지 전력 질주했다. 데이비스의 송구가 비켜나갔고 절묘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세이프, 발로 2루타를 만들었다. 류현진은 장성호를 내야 플라이로 잡았으나 이후 대타 홍세완을 고의볼넷으로 내주면서 완전히 흔들렸다. 결국 김원섭에게 볼넷까지 내준 뒤 이현곤에게 치명적인 만루홈런을 맞고 와르르 무너졌다. 평균자책점, 다승, 탈삼진의 투수 3관왕에 빛나는 괴물루키가 노회한 천재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은 셈이었다. sunny@osen.co.kr 이종범이 4회 류현진의 투구 폼을 완전히 빼앗은 뒤 2루 도루를 시도하고 있다./광주=박영태 기자 ds3fa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