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승패는 엇갈렸지만 한기주(19)와 류현진(19) 두 특급 신인의 구위를 목격한 것만으로도 KIA 대 한화의 지난 9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은 가치를 다했다. 올 시즌 투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고 준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로 내정된 류현진은 6회 투아웃 뒤 이현곤에게 결승 만루홈런을 맞는 바람에 패전(5⅔이닝 5실점)을 기록했지만 투구 내용 만큼은 김인식 한화 감독도 흡족해 할 정도였다. 김 감독은 1-6 패전 직후 인터뷰에서 "류현진은 잘 던졌다. 다만 볼 카운트를 타자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다 볼넷을 내주고 홈런을 맞았다.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88구를 투구한 류현진은 2회까지 삼진 4개를 포함해 6타자를 완벽 요리했다. 직구 최고구속은 1회 이종범과 상대할 때 시속 150km를 광주구장 전광판에 찍는 등 140km대 후반을 유지했다. 또 2회에는 140km 이상의 직구를 단 1개도 던지지 않고도 조경환을 헛스윙 삼진 처리할 만큼 변화구 구사 능력과 체인지업의 완급조절 능력이 돋보였다. 최저 111km에서 최고 150km에 이르는 현란한 강약 조절은 왜 류현진이 '괴물'인지를 증명해준다. 반면 선발 그레이싱어에 이어 6회초 원아웃부터 등판해 2⅓이닝을 1피안타 무자책으로 막고 포스트시즌 최연소 승리투수로 기록된 KIA '10억 루키' 한기주는 강속구-슬라이더의 '고전적' 패턴으로 한화 타선을 압도했다. 한기주는 140km대 후반 강속구를 갖고 있지만 결정구로 슬라이더를 던질 수 있다는 데 장점이 있다. 이미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52km까지 뿌린 바 있는 한기주는 1,2차전 내리 한화 3번 데이비스를 슬라이더로 삼진 잡을 만큼 선구안 나쁜 타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를 듯하다. 한기주는 2차전을 마친 뒤 "어제 보크 때문에 져서 오늘은 무조건 이겨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류현진과 붙어 이겼지만 특별한 기쁨 같은 것은 없다. 그저 팀이 이겨 기쁘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전날 류현진으로부터 "수고했다"고 전화를 받았다는 한기주는 '류현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도 '수고했다'라고 말할 것"이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위력적이고 원숙한 피칭으로 큰 경기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과시한 류현진과 한기주가 향후 한국 프로야구의 걸출한 투수로 더 뻗어나갈 재목임을 제대로 보여준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었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