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실수일지도 모른다. 지난 9일 광주에서 열린 KIA-한화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1차전 패배로 벼랑 끝에 몰린 KIA는 6회말 이현곤의 만루홈런으로 5-1 리드, 승기를 잡았다. 만루홈런을 맞자마자 김인식 한화 감독은 선발 류현진을 내리고 서민욱으로 교체했다. 사실상 '백기'를 든 셈이었다. 그런데 서정환 KIA 감독은 6회 원아웃에서 등판시킨 '키맨' 한기주를 7회에도 올리더니 8회까지 끌고 갔다. 8회까지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는 투수조차 없어서 고동진을 삼진잡고 투아웃이 된 이후에야 윤석민으로 교체됐다. 한기주의 역투(2⅓이닝 1피안타 4탈삼진)에 힘입어 KIA는 6-1로 승리, 포스트시즌 8연패를 끊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한기주의 투구수는 46개였다. 이에 앞서 한기주는 바로 전날 1차전에서도 1⅔이닝에 걸쳐 23구를 던졌다. 특히 9회말 끝내기 패전투수가 돼 체력적, 정신적 소모는 더 했을 것이다. 한기주는 2차전 후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몇 경기 안 남았으니까 한국시리즈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설령 준플레이오프를 넘어가더라도 플레이오프-한국시리즈까지의 일정을 고려하면 이미 과부하가 아닐 수 없다. 서 감독은 이미 3차전 선발로 이상화를 예고했다. 그러나 최종전인 3차전서 이상화는 제일 먼저 던지는 투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결국 KIA는 불펜진으로 또 한번 승부를 걸어야 하고 그 키는 한기주가 쥐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승부라는 속성상 불펜진의 가동 템포는 더 빨라질 듯하다. 반면 김 감독은 2차전 만루홈런을 맞자 미련없이 불펜을 철수시켰다. 6회까지 몸을 풀던 최영필을 포함해 마무리 구대성 지연규 권준헌 등 주력 불펜은 전부 등판하지 않았다. 이들은 1차전에서도 20개 미만의 적절한 투구를 해 체력적 부담이 거의 없다. 여기다 한화는 3차전 선발로 '200승 투수' 송진우를 내놨기에 5이닝까지 투구를 기대해 봄 직하다. 또 롱맨 정민철도 언제든 투입 가능하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