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내내 관심의 초점이었던 특급 고졸 새내기들인 KIA 우완투수 한기주(19)와 한화 좌완투수 류현진(19). 한기주는 사상 최고의 계약금인 10억 원에 계약, 프로 데뷔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류현진은 계약금은 2억 5000만 원으로 한기주에 비해 덜했지만 시즌 초반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괴물 신인'으로 팬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둘다 150km대에 이르는 광속구 투수로 한국야구 차세대 기둥투수로 떠올랐다. 올 시즌 성적표에서는 투수부문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류현진이 앞섰다. 한기주는 시즌 초반 선발로 나섰으나 지나친 부담감 탓인지 실력 발휘를 못한 뒤 불펜으로 전환해 안정을 되찾고 팀 승리에 기여했다. 하지만 '가을잔치'인 포스트시즌서 둘은 '아직 어린 모습'을 노출하며 한 번씩 눈물을 흘렸다. 지난 8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8회부터 구원등판한 한기주가 9회 무사 1루에서 결정적인 보크 실수를 범해 패전의 멍에를 썼다. 정규시즌 내내 단 한 번의 보크 실수가 없었던 한기주가 승부처에서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열린 2차전에서는 류현진이 만루홈런(이현곤)을 허용하는 등 5⅔이닝 5실점으로 패전의 아픔을 맛봤다. 도루 견제 미숙으로 베테랑 이종범에게 2루와 3루 도루를 연거푸 허용했고 승부처에서 완급조절 실패로 볼넷에 만루홈런까지 맞았다. 하지만 이들에게 준플레이오프의 아픔은 앞으로 '보약'이 될 전망이다. 당장 한기주는 1차전의 패배를 딛고 2차전서는 동점타를 맞기는 했지만 2⅓이닝 1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 승리투수가 됐다. 이날 한기주의 투구를 지켜본 김성한 전 KIA 감독은 "기주가 마운드에서부터 결연한 표정을 보였다. 정신적으로 성숙해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차전 패배를 씻어내고야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는 것이다. 류현진은 앞으로 한화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경우에나 포스트시즌 등판을 가지게 됐지만 2차전 패배를 거울삼아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다. 김인식 한화 감독은 "현진이가 아직 어리다. 하지만 신인으로서 괜찮은 투구였다.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라며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아야 할 타이밍'에 대해 한 수 가르쳤다. 류현진이 앞으로 더 등판하면 2차전 패배의 경험과 김인식 감독의 가르침을 교훈삼아 '괴물투'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쇠는 두드릴수록 단단해진다'는 말처럼 한기주나 류현진 모두 '가을잔치의 아픔'을 도약의 계기로 삼으면 더 특급으로 성장할 것이다. 구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운영의 묘가 부족했기 때문이므로 정신적으로 더 성숙해져서 다음을 맞을 전망이다. 서로 전화로 위로할 정도로 친한 사이인 둘이 한국야구를 이끌어갈 초특급 투수로 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