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가 끝날 때만 해도 초점은 뉴욕 양키스의 '졸전'에 모아졌다. 승자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 대한 찬사 보다는 양키스가 무기력한 경기 끝에 탈락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디트로이트의 돌풍은 일회성이 아니라는 게 증명됐다. 11일(한국시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을 치른 결과 디트로이트는 절대 '언더독'으로 평가될 수 없음을 입증했다. 사실 경기가 열리기 전만 해도 여러 모로 오클랜드가 우세하다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었다. 에이스 배리 지토가 건재한 데다 특유의 끈끈한 전력이 살아 있고 강적 미네소타 트윈스를 3연승으로 완파한 점, 1차전이 홈구장 매카피 칼러시엄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오클랜드에 무게중심이 쏠린 건 어쩌면 당연했다. 하지만 디트로이트는 시즌 후반 비실대던 그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3회 2사까지 첫 8타자가 무기력하게 물러날 때만 해도 '역시'라는 애기가 나올 법했지만 이후 디트로이트는 '본때'를 보여줬다. 3회 브랜든 인지의 선제 홈런으로 침묵을 깬 뒤 3안타로 2점을 얻더니 4회 역시 이반 로드리게스의 홈런 등 4안타와 상대 실책을 묶어 3점을 추가, 지토를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다. 경기는 사실상 여기에서 끝이었다. 디트로이트의 막강 불펜을 감안할 때 제 아무리 집중력 뛰어난 오클랜드 타선이라도 5점차 열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플레이오프 같은 단기전에선 정규시즌 전력이 그다지 의미 없다. 5∼7경기만 치르는 단기전에서는 얼마나 분위기를 타느냐에 따라 객관성에 바탕을 둔 예상이 뒤집히기 일쑤다. 안정성과 꾸준함이 생명인 정규시즌에선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다가도 포스트시즌에선 별 재미를 못 본 팀들이 부지기수다. 멀리 찾을 것도 없이 90년대 이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최근 6년간 양키스가 좋은 예다. 지난 1997년과 2003년 플로리다 말린스는 엄청난 상승세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집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구어냈다. 이제 1경기가 끝났을 뿐이지만 디트로이트의 요즘 기세로 볼 때 또 하나의 '플로리다'가 탄생하지 말라는 법도 없어 보인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