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 시리아전서 '약 주고 병 주고'
OSEN 기자
발행 2006.10.11 23: 25

'식사마' 김상식(30, 성남 일화)이 11일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시리아와의 2007 아시안컵 B조 예선 5차전에서 '병주고 약을 주고' 말았다.
하지만 약을 준 것은 단 한 번이고 병을 준 것은 두 번이니 고개숙인 남자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순서상으로 따지자면 약을 준 것이 먼저다. 조재진이 전반 8분 터뜨린 선제 헤딩골의 시초가 바로 김상식이었기 때문.
김상식은 우리 진영 오른쪽에서 최성국이 있는 왼쪽을 보고 대각선 방향으로 공을 띄워 보냈다. 설기현에게 수비가 집중된 나머지 시리아 진영을 쉽게 돌파한 최성국은 이를 크로스로 연결시켰고 조재진이 곧바로 헤딩으로 시리아의 골문을 열어젖혔다.
하지만 전반 17분 동점골의 원인 역시 김상식이었다. 하프라인 근방에서 날아온 패스를 받은 지아드 차보가 파고들자 김상식은 김동진과 함께 오프사이드 트랩을 쓰기 위해 앞으로 나갔지만 김동진이 뒤로 물러서는 바람에 결정적인 위기를 자초하고 말았다. 김영광이 나와 몸으로 막긴 했지만 공이 멀리 나가지 못하고 그대로 마헤르 알 자이드에게 걸렸고 알 자이드가 이를 비어있는 한국 골문으로 밀어넣었다.
무조건 김상식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경기를 지켜본 전문가들 대부분은 "김상식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그 상황에서는 뒤로 물러서면서 수비했어야 했다"며 실수를 지적했다.
여기에 김상식은 전반 39분 알 자이드가 달려오자 김영광에게 백패스를 했지만 너무 약하게 차는 바람에 차보에게 걸릴 뻔한 아찔한 위기도 있었다. 다행히 김영광의 빠른 판단으로 막긴 했지만 어이없이 역전골을 줄 뻔한 사건이었다.
김상식은 지난달 이란과의 예선 3차전에서도 김영광과의 호흡이 맞지 않아 인저리 타임에 어이없이 동점골을 내주며 한동안 마음고생을 했다. 주위에서 많은 격려와 위로 덕분에 악몽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시리아전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범하며 이길 수도 있었던 경기를 또 다시 비겼다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상식의 'A매치 잔혹사'가 과연 언제쯤이나 끝날지 지켜보는 축구팬들은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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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식(오른쪽)이 선제골을 넣은 조재진과 어시스트한 최성국이 껴안고 있는 쪽으로 달려와 축하하고 있다./상암=김영민 기자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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