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임창용 이후 '최고의 소방수'를 찾았다. 152km. '피터팬' 한기주(19.KIA)가 지난 11일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기록한 직구 최고 스피드다. 올해를 아쉽게 마감했지만 KIA에게 내년 희망을 안겨주는 상징적인 숫자다. 한기주는 시즌 막판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했고 준플레이오프 3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어깨가 빠질 법도 한데 마지막 경기에서 광속구를 뿌렸다. 한기주는 내년 시즌 소방수로 뛸 것이 확실시 된다. 서정환 감독은 한기주를 내년 시즌 마무리로 기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만일 한기주가 올해 만큼만 해준다면 임창용(당시 해태)이 삼성으로 이적한 98년 말 이후 처음 제대로 된 소방수를 갖게 된다. 소방수는 팀 성적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해태와 KIA는 임창용이 사라진 이후 올해까지 8시즌 동안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KIA가 지난 2001년 해태를 인수한 이후 팀을 재정비해 4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한국시리즈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올해까지 플레이오프와 준플레이오프 각각 두 차례씩 그 자리에서 패퇴했다. 가장 큰 이유는 소방수의 부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창용 이적 이후 오봉옥 이강철 리오스 김진우 진필중 신용운 장문석 등 숱한 소방수가 나섰지만 언제나 KIA의 뒷문은 부실했다. 올 들어 윤석민(20)이 5승6패19세이브를 기록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 정도 성적이면 마무리로 손색없는 성적표다. 그러나 서정환 감독은 윤석민이 소방수보다는 선발투수로 더욱 제격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한기주는 8월부터 선발투수 최종 불합격 판정을 받고 보직을 잃었다. 그때만 해도 한기주가 완전히 달라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한기주는 중간투수로 변신한 8~9월 두 달동안 KIA의 실질적인 소방수였다. 9월만 살펴보더라도 15경기에서 34⅔이닝을 던져 5자책점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1.30에 불과하다. 서정환 감독은 이 때부터 "우리 한기주"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모든 마운드 운영의 중심축은 한기주였다. 두산과의 치열한 4위 경쟁 속에 거의 매일 2~3이닝씩 던쳤다. 괴물이 따로 없었다. 4강 확정후 일등공신이 한기주였다는 데 이의를 다는 이는 없었다. 한기주가 붙박이 소방수가 되는 2007년은 공교롭게도 지난 97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10년째다. 한기주의 어깨에 비원의 한국시리즈 우승이자 'V10'이 달려있는 셈이다. sunny@osen.co.kr 한기주가 지난 11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 7회말 무사 3루에서 구원 등판, 투구하고 있다./대전=박영태 기자 ds3fa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