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격돌'. 13일 시작되는 플레이오프는 대한민국 야구 대표 브랜드의 일전이다. '믿음의 야구' 김인식(59) 한화 감독은 특유의 선수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국시리즈 2회 우승과 WBC 4강 기적을 이룬 뒤 국민 감독으로 승격됐다. '짜내기 야구' 김재박(52) 현대 감독은 '찬스는 곧 득점'의 필승공식을 앞세워 한국시리즈를 네 번이나 제패했다. 이번이 두 감독의 세 번째 만남이다. 김인식 감독이 두산을 맡고 있던 지난 2000년 한국시리즈에서 4승3패로 김재박 감독이 웃었다. 먼저 3연승을 올리고도 내리 3연패한 뒤 7차전에서 가까스로 이겼다. 이듬해 김인식 감독의 복수전이 펼쳐졌다.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해 3승1패로 김재박 감독을 누른 뒤 한국시리즈에서 삼성까지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두 감독 모두 단기전에 강하고 나름대로의 치밀한 전략을 갖고 있어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다. 올해 상대전적도 9승9패로 승부를 내지 못했다. 서로를 그렇게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것도 비슷하다. 김인식 감독은 상대적으로 열세인 전력으로 한국시리즈 두 차례 우승을 거머쥐었다. 경기설계 능력이 뛰어나고 자신의 밑그림대로 경기를 풀어간다. 항상 노림수를 갖고 있고 승부처에서는 전혀 주저하지 않고 승부수를 띄우는 감각도 뛰어나다. 선수들과의 교감도 잘 이뤄지고 있어 선수들이 감독의 의중을 잘 파악한다. 김재박 감독은 자타가 공인하는 짜내기 야구의 달인. 11년째 팀을 맡아 선수들을 '자동 득점기계'로 만들어놓았다. 선수들은 찬스만 되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득점을 향해 움직인다. 진루타 희생번트 히트앤드런 등 짜내기 야구의 전형을 보여준다. 수비 시프트도 뛰어나 마치 상대 선수를 향해 옴짝달싹 못하는 거미줄을 친다는 느낌을 받는다. 두 감독들은 아마와 프로를 망라해 서로 한 팀에서 유니폼을 입은 적이 없다. 김인식 감독은 배문고 한일은행 동국대 해태 쌍방울 OB(두산)를 거쳐 한화 지휘봉을 잡았다. 김재박 감독은 대광고 영남대 한국화장품 MBC(LG) 태평양을 거쳐 11년째 현대 감독을 맡고 있다. 지난 3월 WBC대회에서 감독과 코치로 함께한 게 유일했다. 두 명품 감독들 가운데 한 명만 한국시리즈에 진출, 선동렬 감독과 대결을 갖는다. '믿음의 야구'와 '짜내기 야구' 두 브랜드 가운데 누가 웃을까. 올해 플레이오프는 명품을 골라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할 것만 같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