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의 늪에 빠진 베어벡의 '토탈 사커'
OSEN 기자
발행 2006.10.12 12: 33

지난 5일 대표팀을 소집한 베어벡 감독. 그는 훈련 기간 동안 미드필드에서 공간을 활용하고 중원을 장악하는 훈련을 해왔다. 좁은 공간 안에 선수들을 배치시켜 상대를 압박하고 공의 점유율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를 바탕으로 상대 뒷 공간에 침투, 공격을 성공시키는 것이 베어벡 감독이 구상하는 토탈 사커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난 11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벌어진 시리아전에서는 이러한 훈련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상대가 공격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는 바람에 공 점유율은 높았지만 상대를 압박하는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이는 베어벡 감독의 '안정'을 중시한 허리라인 전술 운용 때문. 사실 전반 초반에는 상대를 압박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베어벡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김남일(수원)과 김정우(나고야)로 하여금 압박하게 함으로 공격에 힘을 실었고 그 결과 좋은 찬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전반 18분 알 사이드에게 불의의 동점골을 내준 이후 허리의 전술 운용은 바뀌었다. 이는 시리아의 역습을 경계한 베어벡 감독이 김정우와 김남일에게 전방으로 나가지 말 것을 주문했기 때문. 이 결과 경기 중 대표팀의 공격에는 힘이 실리지 않았으며 중원에는 공간이 많이 있어 제대로 된 압박이 이루어지기 힘든 모습이었다. 풀타임을 소화했던 김정우(나고야)도 경기가 끝난 후 "한 골을 허용하고 난 후 감독님이 올라가지 말고 중원을 지키라고 했다" 면서 베어벡 감독이 중원 운용에 있어서 안정을 중시했다고 말했다. 이 결과 상대 최소 7~8명의 수비수가 버틴 상대 진영에 한국의 공격은 4명 정도에 불과해 효과적인 공격이 나오기 힘들었다. 여기에 수비수들도 스스로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상대에게 어이없는 찬스를 내주는 모습을 보여주며 수비형 미드필더들을 뒤로 끌어내린 의도를 무색케했다. 경기를 지켜본 전문가들도 베어벡 감독의 이런 허리 운용이 아쉬웠다는 평가를 했다. 김호 전 수원 감독은 "허리에서 공격을 풀어나갈 루트가 다양하지 못했다. 측면 미드필더와 풀백들 사이에 다양한 움직임이 없어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다" 면서 "결국에는 조직력이 없다는 것을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 고 말했다. 김대길 KBS 스카이 해설 위원도 "약체 팀을 이기는 방법을 아직 터득하지 못했다" 면서 "볼 점유율에서 월등히 앞서면서도 상대 진영에 날카로운 패스 하나 제대로 하지 못했다. 허리에서 풀어갔어야 한다" 고 말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강신우 대한축구협회 기술국장 또한 "상대를 끌어내서 배후 침투를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며 평가했다. 항상 훈련에서는 압박과 공간을 활용하며 허리 라인에서 유기적인 운용을 중시한 베어벡 감독. 하지만 감독 취임 4개월 만에 베어벡 감독은 '안정' 이라는 늪에 빠져 자신이 구상했던 압박과 공간 활용의 토탈사커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허점을 보여주고 있다. bbadag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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