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시작되는 플레이오프는 양팀 사령탑의 몸값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 브랜드의 일전으로 팬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가운데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양팀 사령탑의 몸값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돼 더 뜨거운 열전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믿음의 야구' 김인식(59) 한화 감독은 특유의 선수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국시리즈 2회 우승과 WBC 4강 기적을 이룬 뒤 국민 감독으로 승격됐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한화를 플레이오프까지 끌어올려 이미 몸값은 대폭 상승이 확실시 되고 있다. 타팀으로 옮길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 한화 구단이 잔류를 요청하고 있어 남게 되면 올해 연봉 2억 원보다 내년에는 훨씬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짜내기 야구' 김재박(52) 현대 감독은 '찬스는 곧 득점'의 필승공식을 앞세워 한국시리즈를 네 번이나 제패하며 감독시장의 '블루칩'이 됐다. 역시 타 팀으로 옮겨가지 않아도 현대에서 최고 연봉 감독으로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3년 계약이 끝나는 김재박 감독은 올해 2억 50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 따라서 내년에는 3억 원 연봉도 충분히 바라볼 만하다. 더욱이 플레이오프를 승리로 이끌고 한국시리즈 마저 제패하면 3억 원 이상은 무조건 보장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감독 시장의 내년 시즌 몸값은 최근 SK로 복귀한 김성근(63) 감독이 '잣대'가 됐다. 김 감독은 2년 계약에 계약금 3억 원, 연봉 2억 5000만 원 등 총 8억 원에 사인했다. 따라서 그동안 한국시리즈 성적 등에서 김 감독보다 앞서 있는 김인식 감독과 김재박 감독도 내년 연봉 대폭 상승도 요구할 만하게 됐다. 김인식 감독은 한국시리즈 2회 우승, 김재박 감독은 한국시리즈 4회 우승의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이처럼 이번 플레이오프는 김인식 감독과 김재박 감독이 '내년 몸값'을 놓고 한 판 대결을 벌이는 셈이 됐다.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고 한국시리즈까지 거머쥔다면 연봉 대폭 상승이라는 달콤한 열매도 뒤따를 전망이다. 양 감독의 포스트시즌 맞대결은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다. 김인식 감독이 두산을 맡고 있던 지난 2000년 한국시리즈에서 4승 3패로 김재박 감독이 웃었다. 먼저 3연승을 올리고도 내리 3연패한 뒤 7차전에서 가까스로 이겼다. 이듬해 김인식 감독의 복수전이 펼쳐졌다.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해 3승 1패로 김재박 감독을 누른 뒤 한국시리즈에서 삼성까지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두 감독 모두 단기전에 강하고 나름대로의 치밀한 전략을 갖고 있어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다. 올해 상대전적도 9승9패로 승부를 내지 못했다. 서로를 그렇게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것도 비슷하다. 김인식 감독은 상대적으로 열세인 전력으로 한국시리즈 두 차례 우승을 거머쥐었다. 경기 설계 능력이 뛰어나고 자신의 밑그림대로 경기를 풀어간다. 항상 노림수를 갖고 있고 승부처에서는 전혀 주저하지 않고 승부수를 띄우는 감각도 뛰어나다. 선수들과의 교감도 잘 이뤄지고 있어 선수들이 감독의 의중을 잘 파악한다. 김재박 감독은 자타가 공인하는 짜내기 야구의 달인. 11년째 팀을 맡아 선수들을 '자동 득점기계'로 만들어놓았다. 선수들은 찬스만 되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득점을 향해 움직인다. 진루타 희생번트 히트앤드런 등 짜내기 야구의 전형을 보여준다. 수비 시프트도 뛰어나 마치 상대 선수를 향해 옴짝달싹 못하는 거미줄을 친다는 느낌을 받는다. 두 감독들은 아마와 프로를 망라해 서로 한 팀에서 유니폼을 입은 적이 없다. 김인식 감독은 배문고 한일은행 동국대 해태 쌍방울 OB(두산)를 거쳐 한화 지휘봉을 잡았다. 김재박 감독은 대광고 영남대 한국화장품 MBC(LG) 태평양을 거쳐 11년째 현대 감독을 맡고 있다. 지난 3월 WBC대회에서 감독과 코치로 함께한 게 유일했다. 두 명품 감독들 가운데 한 명만 한국시리즈에 진출, 선동렬 감독과 대결을 갖는다. '믿음의 야구'와 '짜내기 야구' 두 브랜드 가운데 누가 웃을까. 올해 플레이오프는 명품을 골라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할 것만 같다. sun@osen.co.kr 김인식 한화 감독과 김재박 현대 감독이 12일 오후 한국야구위원회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