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감독은 빌리 빈을 알고 있을까?
OSEN 기자
발행 2006.10.13 08: 31

김인식 감독은 빌리 빈(오클랜드 단장)을 알고 있을까?. 김인식 한화 감독은 메이저리그 야구 보기를 즐긴다. 지난 준플레이오프 때도 감독실에서 빅리그 중계 재방송을 TV에 틀어놓고 보면서 기자들과 담소를 나눴다. 그래서일까. 준플레이오프 기간 내내 그의 말과 전술은 빅리그 야구, 특히 머니볼 구단의 단장을 떠올리게 할 만큼 스케일이 컸다. 그러면서도 3차전 7회에 마무리 구대성을 조기 투입한 데서 볼 수 있듯 '한국적' 색깔을 혼합한 '퓨전야구'의 정수를 보여줬다. ▲출루율 한화 선수들의 인터뷰를 들으면 테이블 세터 고동진은 물론이고 중심타자 김태균이나 이범호까지 "안타 치는 것보다는 볼넷을 얻어서 출루하는 데 더 신경쓴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주문하는 스타일이 아니라고 하는데도 선수들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점에서 한화라는 팀이 위와 아래의 '코드'가 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한화의 시즌 팀타율은 6위 SK보다도 못하지만 출루율은 3위였다. 김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내내 안 맞는 타선을 걱정할 때도 김민재와 조원우를 적시하며 "2차전까지 안타를 못친 것 보다 나쁜 볼에 손대는 점이 걸린다"고 말했다. 준플레이오프 내내 죽을 쑨 용병 데이비스도 같은 맥락에서 우려를 표명했다. ▲번트 아울러 김 감독은 번트에 대해서도 "대야 할 상황에 대는 것"이라는 '모범 답안'을 들려줬다. 당연한 말 같지만 '선취점이 중요하다. 그러니까 1회부터라도 번트를 대 확률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득세하는 한국적 현실에서는 오히려 소수 이론이다. 김 감독은 경험을 통해 번트의 '폐해'를 체득한 듯하다. 그는 "나중에 복기해 보면 냉정히 따져 2~3점 날 수 있었는데 번트 대는 바람에 1점으로 끝나 버린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대 팀이 그렇게 하면 1점 주고 쌩큐하고 끝내겠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하면 아쉽다"라고 밝힌 점에서 상대의 작전야구를 알고도 넘어가 주고 있음을 시사했다. ▲퓨전 그러나 김 감독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중반 이후 경기 운용을 보면 야구 컬러가 '미국식에 경도된 방식이 아니라 한국적 요소가 결합된 퓨전 야구'임을 짐작케 해준다. 5-2 상황에서 7회 곧바로 마무리 구대성을 투입한 것부터가 그랬다. 그리고 김 감독은 경기 후 '구대성 투입이 빠른 것 아니었나'는 질문에 "절대 아니다. 이 경기를 질 경우 우리 팀의 올 시즌 경기는 끝이다. KIA도 마무리 윤석민을 일찍 올리지 않았는가"라고 이례적으로 단호히 강변했다. 이밖에 실패했지만 4회말에는 조원우로부터 기습 스퀴즈가 나오기도 했다. 신경현에게는 4회부터 희생번트를 지시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기자들과 얘기를 나눌 때 "상황에 맞춰서 하겠다", "운이 좋았다", "재수가 없었으니 어쩔 수 없다"는 등의 말을 자주 한다. 인위적인 조작보다는 순리대로 야구를 할 때 득점 가능성의 극대화가 가능함을 간파하고 있는 '타짜'의 비결이 여기에 있는 것 아닐까. sgo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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