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극 경쟁, 스포츠 중계만큼 재미있다
OSEN 기자
발행 2006.10.13 09: 22

지상파 3사의 수목 드라마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먹고 먹히는 관계가 마치 스포츠 중계를 보는 듯 흥미진진하다. 제작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들으면 남의 속도 모른다고 욕할 지 모르지만 치열하게 펼쳐지는 경쟁이 스포츠 중계만큼 재미있다. 일진일퇴,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피 말리는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SBS TV ‘무적의 낙하산 요원’, MBC TV ‘여우야 뭐하니’, KBS 2TV ‘황진이’가 벌이고 있는 경쟁은 마치 전쟁을 방불케 한다. 시청자들이 느끼는 드라마의 흥행 요소가 시청률로 그대로 반영되어 나오는 것이 어떨 때는 놀랍기까지 하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세 드라마는 모두 한 차례 이상씩 수목극 1위 자리를 차지해 본 경험이 있다. 방송이 새로 시작될 때마다 단박에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 내는 데는 실패했다. 마지막에 웃는 자만 남겨 놓고 말이다. ‘여우야 뭐하니’는 디펜딩 챔프 ‘무적의 낙하산 요원’을 몰아냈고, 또 다른 후발주자 ‘황진이’는 새로 디펜딩 챔프가 된 ‘여우야 뭐하니’를 밀어냈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시청률 집계를 보면 10월 12일 방송분의 ‘황진이’는 17.5%, ‘여우야 뭐하니’는 14.8%, ‘무적의 낙하산 요원’은 11.4%를 기록했다. 2회 연속 편성된 ‘여우야 뭐하니’는 경쟁 드라마에 이어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과 경쟁해 16.1%를 얻었다. 또 다른 시청률 조사회사 TNS미디어코리아 집계를 참조하면 간극은 더욱 뚜렷해진다. ‘황진이’가 20.9%, ‘여우야 뭐하니’가 16.4%, ‘무적의 낙하산 요원’이 10.8%를 찍었다. 수목 드라마 경쟁이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며 전개 되는 데는 시청자들의 까다로워진 입맛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습성상 조금만 구성력이 떨어진다 싶으면 가차없이 채널을 돌려 버린다. ‘무적의 낙하산 요원’과 ‘여우야 뭐하니’는 둘 다 주연배우와 주변배우 사이의 유기적인 관계 정립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입맛 까다로운 시청자들이 이런 빈틈을 눈감아 줄 리가 없다. ‘완전 경쟁’의 구도에서는 ‘선점효과’니 ‘관성의 법칙’이니 하는 이론들도 통하지 않는다. 오로지 드라마의 경쟁력만 존재할 뿐이다. 수목극 경쟁에서의 이런 구도는 지난 여름에도 있었다. MBC TV ‘어느 멋진 날’에서 KBS 2TV ‘투명인간 최장수’로, 다시 SBS TV ‘돌아와요 순애씨’로 이어지는 패권 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시청률에 얽매이는 세태를 한탄하면서도 시청자들의 의중이 정확하게 반영되는 수치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고개가 끄덕여 진다. 이러니 드라마 경쟁은 또 한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가 되고 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포츠이벤트를 저리 가라 할 정도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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