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재응이가 울더라".
지난 8월 말 쯤으로 기억된다. 당시 서재응(29, 탬파베이 데블레이스) 취재를 위해 세인트피터스버그를 갔다가 거주지인 LA로 돌아온 미주 한인신문의 모 기자가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대범한 서재응이 1경기 못 던졌다고 설마 울겠느냐'며 믿지 않자 그 기자는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여줬는데 강판 직후 덕아웃에 앉아 수건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지만 눈가에 물기 같은 것이 맺혀 있었다.
당시 경기는 8월 21일(이하 한국시간) 클리블랜드와의 트로피카나 필드 홈경기였다. 추신수(24)와의 첫 투타 맞대결로도 이목이 집중된 경기였는데 여기서 서재응은 허벅지 통증 발생으로 2⅓이닝 만에 절뚝거리며 강판됐다. 그로부터 얼마 후 서재응은 15일짜리 부상자 명단(DL)에 등재됐다.
그런데 이미 서재응은 통증의 심각성을 알고도 등판을 강행했다. 아픈 다리 부분에 압박 붕대를 칭칭 동여맨 것이 분명한 사진도 찍혔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서재응은 LA 다저스 시절과 탬파베이로 와서 거듭 '유리 손톱'이 손상됐는데도 등판을 거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제구력 투수이자 슬라이더 의존도가 높은 서재응에게 손톱이 깨지는 것은 민감하면서도 엄청난 부담이었을 텐데도 말이다(서재응은 탬파베이로 와서 거둔 유일한 1승인 7월 30일 뉴욕 양키스전 역시 손톱 부상을 참고 던졌다).
지난 12일 서재응은 탬파베이와 연봉 조정을 피해 1년간 120만 달러에 계약했다. 시즌 3승에 평균자책점 5점대 투수로서는 많이 받은 것이라는 것이 중평이다. 그 배경을 두고 같은 지역지는 '이적 후 17차례 등판에서 득점 지원이 2.86점이었다. 이는 같은 기간 아메리칸리그 투수 중 최저'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결과가 아닌 과정을 중시해 측정한) 객관적 데이터도 서재응의 100만 달러 연봉 진입에 주요한 요인이었음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 밑바탕에는 어떻게 해서든 선발 등판을 거르지 않아 팀에 기여하고 가치를 높이려는 서재응의 근성이 자리하고 있다. 그날 눈물을 흘릴 정도로 조기 강판을 아쉬워하는 오기가 없었다면 오늘의 120만 달러 연봉도 없었을 것 같다.
sgo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