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감이 컸을까. 현대 투수 황두성(30)이 두 개의 보크를 잇따라 기록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웬만해서 보기 힘든 보크를 한 이닝에 두 개를 기록한 경우는 드문 일이다. KBO의 포스트시즌 진기록을 살펴보면 보크 항목이 아예 없다. KBO 관계자는 "이런 황당한 일이 거의 없어 집계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이닝 2보크는 정규 시즌에서는 통산 3차례 나온 바 있다. 86년 5월 28일 청보전 7회에 한희민(빙그레), 91년 4월 19일 LG전 3회에 강길룡(쌍방울), 2001년 9월 13일 기아전 2회에 노장진(삼성)이 2개의 보크를 기록한 이후 황두성이 5년 만에 역대 4번째다. 황두성은 14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3회 1사 1,2루에서 선발투수 장원삼을 구원등판했다. 3회는 두 타자를 차분히 범타로 유도해 급한 불을 껐다. 그러나 4회 선두타자 클리어에게 좌전안타를 맞은 뒤 진기록을 연출했다. 다음 타자 데이비스를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한 뒤 이날 홈런을 기록한 김태균을 맞아 첫 보크를 기록했다. 2구째 투구에 앞서 셋포지션에서 투구 동작에 들어가지 않고 글러브를 들어올린 것이다. 주자 클리어는 자동으로 2루를 밟았다. 황두성은 순간 당황했지만 현대 벤치를 향해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다. 그러나 이범호 타석에서 볼카운트 0-1에서 2구째 피칭 동작에 들어갔지만 정작 볼을 뿌리지 못했다. 또다시 보크. 크게 당황한 황두성은 이범호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고 추가점을 헌납했다. 지난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KIA 한기주도 패배의 화근이 됐던 보크를 범했다. 황두성은 그것도 두 차례나 보크를 범해 뼈아픈 추가점까지 내주고 말았다. 황두성은 이번이 첫 포스트시즌 출전이다. 가을잔치의 압박감이 여러 투수들을 울리고 있는 셈이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