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누가 이 같은 결과를 예상했을까. 동부의 '거함' 뉴욕 양키스를 침몰시키더니 서부의 강자 오클랜드 마저 '싹쓸이'로 제압하고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에 등극하며 월드시리즈까지 거침없이 진출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기세가 놀랍다. 디트로이트는 이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AL 4개팀 중 최약체로 꼽혔다. 불펜이 상대적으로 탄탄하지만 가장 중요한 선발진과 타격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 팀은 주위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ALDS 1차전 패배 뒤 파죽의 7연승을 거두며 월드시리즈 우승 마저 바라보게 됐다. 현재 상승세가 보통이 아니어서 NLCS에서 누가 올라오든 디트로이트의 기세를 꺾기가 쉽지 만은 않을 듯하다. 디트로이트는 이번 포스트시즌서 거의 매 경기 영웅이 바뀔 정도로 라인업의 타자 대부분이 제 몫을 해줬다. 홈런 2방으로 팀을 승리로 이끈 ALCS 4차전의 주역 마글리오 오도녜스는 물론 커티스 그랜더슨, 플라시도 폴랑코, 크레익 먼로, 카를로스 기옌 등이 눈부신 활약으로 팀을 이끌었다. 이들은 초반부터 놀라운 집중력으로 동료 투수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뒤질 때는 무서운 기세로 동점과 역전을 차례로 이루어내 매 경기 짜릿한 승부를 연출하는 데 큰 몫을 했다. 여기에 더해 빼놓을 수 없는 게 선발투수들의 공이다. 이번 시리즈는 디트로이트가 선발 싸움에서 완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일방적인 마운드의 우위로 일관했다. 1차전 선발인 네이트 로버트슨은 5이닝 6피안타 무실점으로 이번 겨울 '최대어'로 꼽히는 배리 지토(3⅔이닝 5실점)을 압도했고 2차전 선발인 저스틴 벌랜더(5⅓이닝 4실점)는 초반 다소 난조를 보였지만 상대 선발인 에스테반 로아이사(6이닝 7실점)보다는 한결 나은 투구를 선보였다. 3차전에선 노장 케니 로저스(7⅓이닝 무실점)가 리치 하든(5⅔이닝 3실점)에 '관록투'가 무엇인지를 한 수 가르쳤고 4차전 선발인 제레미 본더맨(6⅔이닝 3실점)도 댄 해런(5이닝 3실점) 보다 안정적인 피칭을 선보여 팀이 역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들 선발진을 든든히 받쳐준 불펜진은 명불허전이었다. 광속구 투수 조엘 주마야가 오른 손목 통증 재발로 투구를 중단했지만 제이미 워커, 제이슨 그릴리, 윌프레도 레데스마, 페르난도 로드니, 토드 존스 등은 상대의 막판 반격을 철통같이 틀어막아 주마야의 공백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포스트시즌 같은 단기전에선 속칭 '미친 선수' 한두 명이 나와줘야 경기가 잘 풀린다는 게 야구계의 오랜 속설이다. 이번 가을 디트로이트는 선수 전원이 '돌아가면서' 괴력을 발휘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요소들을 감안할 때 속단하긴 이르지만 디트로이트가 꾸는 22년만의 월드시리즈 우승 꿈이 절대 '헛된 망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