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딩은 졌고 첼시는 이겼다. 그렇다면 레딩은 패자이고 첼시는 승자일까? 승점만 따져서는 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앞으로를 생각한다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레딩과 첼시는 15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마데스키 스타디움에서 가진 2006~200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8차전에서 그야말로 전쟁을 벌였다. 레딩으로서는 져도 크게 손해볼 것 없는 경기였지만 첼시로서는 반드시 승리를 챙겨야만 하고 이겨도 본전인 경기였다. '스나이퍼' 설기현 또한 "첼시와 갖는 경기는 레딩으로서는 잃을 것이 없다. 우리로서는 비기기만 해도 성공이지만 그들은 이겨도 본전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레딩은 아쉽게 홈경기 무패행진을 마감했지만 자책골로 실점했을 뿐 디디에 드록바나 아르옌 로벤, 안드리 셰브첸코 같은 공격수들에게 골을 내주지 않는 탄탄한 수비를 펼친 반면 첼시는 골키퍼 2명이 모두 들것에 실려나가는 불상사를 당했으니 승리 말고는 얻은 것이 없는 셈이 됐다. 첼시의 불운은 경기 초반부터 시작됐다. 전반 1분 철벽 수문장 페트르 체흐가 스티븐 헌트와 충돌하며 머리를 다친 것. 당시 헌트는 공을 잡기 위해 거세게 달려들다가 속도를 줄이지 못했고 체흐는 헌트의 무릎에 관자놀이를 맞고 쓰러졌다. 여기서 그쳤다면 다행이지만 체흐를 대신해 골문을 지킨 카를로 쿠디치니 마저 경기 종료 직전 공중 경합 과정에서 이브라히마 송코와 충돌하면서 그대로 그라운드에 떨어졌다. 바닥에 머리부터 찧은 쿠디치니가 미동도 하지 않아 한때 마데스키 스타디움은 치명적인 부상에 대한 우려 때문에 술렁거리기도 했다. 첼시는 구단 공식 홈페이지(www.chelseafc.com)를 통해 쿠디치니가 병원에서 퇴원했다고 밝혀 구단뿐만 아니라 팬들의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지만 체흐는 아직까지 병원에서 치료와 검사를 받고 있다고 밝혀 오히려 체흐의 상태가 쿠디치니보다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첼시는 오는 19일 FC 바르셀로나를 맞아 2006~2007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를 치러야만 하는 처지. 체흐가 빨리 회복하지 못한다면 쿠디치니를 내보내야만 하지만 쿠디치니 역시 퇴원만 했을 뿐이어서 걱정이 태산이다. 조세 무리뉴 감독은 "체흐와 충돌한 헌트는 공과 멀리 떨어져 있어 달려들 이유가 전혀 없었다"며 "체흐가 공을 잡았는데 그 상황에서 헌트가 달려들어 관자놀이를 가격한 것은 고의적인 것으로 잉글랜드축구협회가 조사해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경기는 7장의 옐로 카드(레딩 4, 첼시 3)가 난무했고 이 중 오비 미켈(첼시)와 안드레 비케이(레딩)이 2장의 옐로 카드를 받아 퇴장당하는 등 강한 몸싸움으로 전쟁을 방불하게 했다. 특히 양팀은 경기 종료 직전 인접해 있는 벤치에서 일부 코칭스태프간에 말다툼을 벌여 나란히 퇴장당하는 등 감정적인 충돌을 빚었다. tankpark@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