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이운재를 기용할 생각이 없다". 수원 삼성의 차범근(53) 감독이 골키퍼 이운재(33)에게 '비수'를 날렸다. 이운재에게는 선수 생활 최대의 시련이 다가온 셈이다. 차범근 감독은 지난 14일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성남 일화와의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한 뒤 가진 인터뷰에서 "박호진이 계속 잘해주고 있고 꾸준히 출전하면서 경기력이 상당히 올라온 상태"라며 "하지만 이운재는 부상 이후 출전하지 못하면서 경기 감각도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변화를 주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밝혔다. 계속 박호진을 주전 수문장으로 기용하겠다는 얘기다. 그동안 차 감독은 이운재의 기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팀이 잘 나갈 때 선수를 바꿔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면 선수뿐만 아니라 팀을 위해 손해"라며 "이운재는 자타 공인 국내 최고의 골키퍼이자 대표팀에서도 없어서는 안될 선수"라고 질문의 요지를 살짝 피해왔다. 덧붙여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됐기 때문에 경기에 나서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운재는 여전히 수원이 후기리그 우승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는 모습을 그라운드가 아닌 벤치에서 지켜보고만 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핌 베어벡 감독이 "소속팀이 없거나 팀에서 주전으로 뛰지 못해 경기 감각이 떨어지는 선수를 대표팀에 불러들일 수 없다"고 공언하는 바람에 외면까지 당했다. 일이 이렇게 진행되다 보니 이운재가 시즌 시작 전 트레이드를 시켜달라는 요구가 비록 묵살 당하긴 했지만 차 감독이 이에 대해 언짢게 여기고 있어 '찍혔다'는 소문까지 나돌 정도다. 아직 그의 나이는 33세. 독일을 한일 월드컵 준우승으로 이끌었던 올리버 칸과 독일 월드컵 3위로 견인시켰던 옌스 레만이 37세의 나이에도 소속 팀에서 펄펄 날고 있는 소식은 이운재의 마음을 더욱 쓰라리게 한다. 한일 월드컵에서 야신상 후보까지 오른 뒤 독일 월드컵에서도 한국의 문을 든든히 지켰던 이운재가 자신에게 찾아온 위기를 다시 기회로 만들어나갈 수 있을까. tankpark@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