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디트로이트만 보면 ‘더 열받네’
OSEN 기자
발행 2006.10.16 10: 49

성적 부진에 따른 문책으로 벅 쇼월터 감독을 퇴출시킨 텍사스 레인저스가 더 열 받게 생겼다. 텍사스 구단과 팬들로선 2003년 쇼월터 감독 부임 이후 단 한 차례도 포스트 시즌에 나서지 못한 것도 분할 일인데 타 팀으로 내쫓은(?) 간판 스타들이 맹활약하는 모습에 더욱 화가 치미는 것이다. 텍사스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떠난 간판 스타들로 텍사스 팬들과 구단을 열받게 하는 대표적인 선수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배터리인 좌완 에이스 케니 로저스(42)와 포수 이반 로드리게스(35)다. 둘은 2003년과 2006년 나란히 텍사스를 떠난 뒤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재회했다. 그리고 올 시즌 디트로이트가 돌풍을 일으키는 데 앞장서며 팀을 월드시리즈까지 올려놓았다. 1991년 텍사스에서 빅리거로 데뷔한 후 12년간 안방마님으로 최고의 활약을 보인 ‘퍼지(땅딸보)’ 로드리게스는 2002시즌이 끝난 후 ‘팽’당해 플로리다 말린스에 간신히 둥지를 마련했다. 그 해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MVP에 선정되는 등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며 플로리다를 월드시리즈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생애 첫 월드시리즈 챔피언 반지를 끼는 감격을 텍사스가 아닌 플로리다에 맛본 로드리게스는 2004년 디트로이트에 새 둥지를 틀고 만년 꼴찌팀의 젊은 유망주 투수들을 키워내는 데 앞장섰다. 그 결과가 올 시즌 월드시리즈 진출로 나타났고 2번째 월드시리즈 반지를 눈 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로드리게스는 올해 오클랜드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에서 홈런포를 날리며 팀 승리에 기여하는 등 공수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절묘한 완급투’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좌완 로저스도 역시 1989년 텍사스에서 빅리거로 데뷔한 후 로드리게스와 8년간 텍사스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배터리로 궁합을 맞춘 사이다. 지난 시즌 후 친정팀 텍사스를 4번째 다시 떠난 후 로저스는 올 시즌 디트로이트에서 로드리게스와 재회해 호흡을 맞추며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작년 시즌 중에 텍사스 지역방송사 카메라맨을 밀어 넘어트리는 사건이 빌미가 돼 텍사스를 떠난 로저스는 디트로이트에서도 올 시즌 17승을 올리며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포스트시즌 들어서도 ‘완벽투’를 과시하고 있다.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로저스는 텍사스와의 재계약이 확실시 됐으나 이 사건으로 지역 여론이 나빠지면서 텍사스를 떠나야 했다. 텍사스에서 제대로 포스트시즌을 뛰지 못했던 로저스는 디트로이트로 옮긴 후 포스트시즌서 더욱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지난 7일 뉴욕 양키스와 디비전시리즈 7⅔이닝 무실점 승리에 이어 14일 오클랜드와의 챔피언십시리즈에서 7⅓이닝 무실점 승리로 15이닝 무실점 행진을 펼치고 있다. 텍사스에서 빅리거 생활을 시작해 스타로 탄생했던 로드리게스와 로저스의 공수 활약에 힘입어 디트로이트는 22년만에 월드시리즈 정상 탈환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디트로이트로선 잘 키워서 보내준 텍사스에 감사할 노릇이지만 근년 성적 부진에 헤매고 있는 텍사스로선 울화통이 터질 일인 것이다. sun@osen.co.kr 이반 로드리게스-케니 로저스.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