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한화)과 김재박(현대) 감독. 과연 '명불허전'이다.
나란히 계약 만료 시즌에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은 두 지략가는 2,3차전을 통해 역시 '타짜'임을 입증해 보였다. 작전에 있어 양 감독은 치명적 실수를 피해감은 물론이요, 은근한 자존심 대결까지 곁들여 보여줘 더욱 긴박감을 고조시킨다.
특히 양 감독의 두뇌와 배짱이 불꽃을 튄 압권은 지난 16일 3차전의 8회초 한화 수비 때였다. 4-5로 뒤지던 투아웃 후 이숭용이 중전안타를 치고 출루하자 김재박 현대 감독은 대주자로 정수성을 투입했다. 그러자 김인식 한화 감독은 곧이어 호투하던 문동환을 내리고 마무리인 좌투수 구대성을 올려 '도루를 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김재박 감독은 보란 듯이 볼 카운트 원 스트라이크 투 볼에서 4구째 141km 직구가 들어오는 타이밍에 정수성에게 2루 도루를 감행시켰고 성공했다. 그러자 김인식 감독은 타석의 김동수와 승부를 피한 뒤 8번 채종국과 승부를 걸어 3구 삼진으로 막아버렸다. 경기 후 김인식 감독은 "원래 좌타자 이숭용 타석 때 구대성을 올리려 했는데 마운드에 올라간 한용덕 투수코치와 문동환이 말을 안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14일 수원 2차전서도 김인식 감독은 4-3으로 앞서던 9회말 2사 2루에서 현대의 대타 작전이 나오자 서슴없이 고의4구를 택했다. 그 다음 타자가 좌타자 정수성이어서 좌투수 구대성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또 김인식 감독은 2,3차전 내리 1점 차 승리를 지키기 위해 마무리 구대성의 교체 타이밍을 정규 시즌에 비해 몇 템포 빨리 잡았다. 아울러 3차전에는 선발 투수 문동환을 불펜에 대기시켜 열세인 중간계투진의 균형을 맞췄다. 2차전 선발로 류현진이 아닌 정민철을 택한 것은 그 중 가장 하이라이트였다.
이에 김재박 감독 역시 4차전 선발로 단 3일의 휴식만 주고 에이스 캘러웨이를 올리는 초강수를 불사한 상황이다. 현대는 2,3차전 내리 단 1차례 리드도 잡지 못하다 패했지만 김 감독의 투수 교체 타이밍은 대부분 성공적이었다. 다만 선발인 장원삼-전준호가 조기에 무너진 것이 치명적이었다.
한국시리즈 4회 우승의 김재박 감독과 한국시리즈 2회 우승에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4강의 김인식 감독, 두 단기전의 지존이 플레이오프를 명승부로 수놓고 있다. 이로 인해 1위 삼성의 선동렬 감독만 좋아지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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