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투수 운용은 내가 한 수 위"
OSEN 기자
발행 2006.10.17 13: 11

역시 투수 출신의 베테랑 감독이었다. 투수 출신인 김인식(59) 한화 감독이 '투수 운용의 대가'다운 면모를 다시 한 번 과시하고 있다. 김인식 감독은 지난 16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현대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을 5-4 승리로 이끈 후 "감독이 투수코치보다는 낫지"라며 농담을 했다. 김 감독은 일단 최영필을 구원 등판시켜 실점한 부분은 교체 실수로 인정, '쉽게 리드해서 끝낼 수 있는 경기를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8회 2사 1루에서 중간으로 등판해 호투한 문동환을 내리고 마무리 구대성을 투입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아직 경험이 부족한 한용덕(41) 투수코치에게 훈수가 담긴 발언을 했다. 김 감독은 "정성훈 타구에 문동환이 맞았을 때 교체를 지시했다. 그런데 한용덕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가서 문동환 상태를 확인한 후 괜찮다는 오케이 사인을 내며 한 타자를 더 상대하게 했다. 투수들은 마운드에서 타구에 맞아도 괜찮다고 한다"면서 "하지만 그때 무조건 구대성으로 교체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김 감독은 "좌타자인 이숭용부터 구대성이 상대해야 투구수를 줄일 수 있고 다음 이닝에 중심타선으로 상대 공격이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아마 한용덕 투수코치가 많이 배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수코치는 마운드에 있는 투수 상태에 따라 교체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 타선을 고려해 바꿀 시점에는 미련없이 강판시켜야 한다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이었다. 그런데 한 코치가 문동환이 상태가 좋다고 하니까 그대로 내버려두는 바람에 구대성의 교체 시점에 문제가 생길 뻔했다는 것이다. 이 점을 한 코치가 배워야 할 부분이라며 김 감독은 "그런 면에서는 감독이 투수코치보다 낫지"라며 농담을 했다. 사실 김 감독은 마운드 운용에 있어서는 이미 대가로 인정을 받고 있다. 프로야구 초창기 해태 타이거즈에서 김응룡 감독(현 삼성 사장) 밑에서 투수코치로 활동하며 인정을 받았고 1989년 쌍방울을 거쳐 두산에서 감독을 맡으면서 투수 조련 및 기용에 관해선 최고로 평가를 받았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도 김응룡 감독을 보좌해 투수코치로 활약, 안정된 마운드 운용으로 한국이 동메달을 따는 데 기여했다. 김 감독이 '마운드 운용의 대가'임은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사령탑을 맡아 한국이 4강 진출의 위업을 달성할 때도 증명됐다. 이때는 '국보급 투수' 출신인 선동렬 삼성 감독을 투수코치로 임명해 함께 마운드 운용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 김 감독은 선동렬 코치가 투수 운용 계획과 교체 시점을 건의하면 최종 결정을 내리면서 절묘한 마운드 운용 솜씨를 과시했다. 국제대회나 포스트시즌 같은 단기전에서는 마운드 운용이 승부의 열쇠다. 투수 교체 시점을 적절하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누구를 투입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리기 때문에 양 팀 벤치가 가장 신경을 집중하는 부분이다. 이미 '투수 운용의 대가'로 정평이 난 김 감독은 플레이오프라는 대사를 치르는 과정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고 경험이 부족한 젊은 투수코치를 가르치고 있다. 김 감독 밑에서 투수코치로 활동하는 코치는 행운아가 아닐 수 없다. 김 감독과 두산과 한화에서 오랫동안 함께 했던 최일언 SK 투수 코치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등 젊은 코치들은 김 감독으로부터 투수 운용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만하다. 김 감독의 아성에 김시진 현대 투수코치, 선동렬 삼성 감독 등 젊은 지도자들이 최고 자리를 노리며 도전장을 내고 있다. 또 한 명의 '투수 대가'로 일본 프로야구로 떠나 있다가 복귀한 김성근 SK 감독이 내년 시즌에는 김인식 감독과 흥미로운 마운드 지략대결을 펼칠 전망이다.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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