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가' 김인식, 어록도 '연금술사급'
OSEN 기자
발행 2006.10.17 18: 21

"피아자보다 낫더만". 한화-현대의 플레이오프 4차전이 열리기 직전의 대전구장. 김인식 한화 감독은 여느 때처럼 수십 명의 기자들에 둘러싸여 가벼운 담소를 나누던 중 화제가 현대 노장 포수 김동수(38)로 옮아가자 나이를 물었다. 이어 김 감독은 마이크 피아자(샌디에이고 포수)의 나이도 물어보더니 둘이 동갑이란 소리를 듣고는 "피아자보다 (어깨는) 나아"라고 특유의 '썰렁화법'을 구사, 좌중을 웃겼다. '어깨가 약하다'는 평을 들어온 김동수지만 막상 포스트시즌 들어오니 쉽게 뛸 틈을 주지 않는다는 말을 도루 저지율 1할대로 악명높은 피아자의 어깨에 견줘 표현한 것이다. 이렇듯 김 감독은 오히려 큰 경기를 앞두고는 더 여유와 기지로 주위를 편안하게 만드는 능력의 소유자다. 김 감독은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는 김용달 현대 타격 코치의 LG 감독설을 빗대 "저 쪽은 감독이 2명"이라고 촌철살인을 날리기도 했다. 또 3차전 직후에는 "재미있는 경기였는데"라고 어느 기자가 말하자마자 "재밌긴 뭐가 재밌어?" 라고 언급, 경기 내용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표현했다. WBC(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도 김 감독은 4강전을 앞두고 박찬호의 초대로 샌디에이고 펫코파크를 방문한 슈퍼볼 MVP 러닝백 하인스 워드를 만나자 "우리 팀에서 대주자로 뛰어라"라고 조크했다. 또 자극적 발언을 일삼던 일본 대표팀의 이치로에 대해서는 "바보같 은 놈, 지고 나서 떠들면 뭐해?"라는 한마디로 일축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도 세세한 주문을 넣는 대신 유머로 부담감을 풀어주는 용인술을 즐긴다. 이렇게 통 큰 스케일이 김 감독을 단기전의 대가로 만든 비결 중 하나일 듯 싶다. sgo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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