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거듭한 끝에 KIA와 준플레이오프를 3차전까지 갔기에 한화로서는 부담이었다. 실제 현대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은 4-11로 대패했다. 그러나 김인식 한화 감독은 2,3차전을 내리 1점 차 승리로 이끌더니 4차전은 4번타자 서튼의 결장으로 '뿔 떨어진' 현대를 4-0으로 셧아웃시키고 두산 감독 시절이던 2001년 이후 5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에 재등장했다. 몰리던 플레이오프의 전세를 일거에 뒤집은 모멘텀은 2차전 선발 정민철이었다. 류현진이라는 다수의 예상을 깨고 선발 등판한 정민철은 5⅓이닝 1실점으로 승리를 따냈다. 이어 3,4차전에는 1차전 선발로 나와 실패한 문동환을 불펜으로 돌려 성공을 거뒀다. 마무리 구대성을 올리는 타이밍이나 타순 변경도 결과적으로 적중했다. 한국시리즈행 확정 직후 김 감독은 "삼성전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이제부터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한국시리즈에 선착해 선발-불펜-마무리 운용법이 사실상 고정되어 있는 삼성과 달리 전력 소모가 큰 한화는 김 감독의 용인술에 상당 부분 의존하지 않은 수 없는 상황이다. 과연 그의 의중은 무엇일까. ▲류현진은 어떻게 쓸 것인가 신인으로서 정규시즌 투수 3관왕을 차지한 류현진이지만 김 감독은 역설적으로 이 때문에 우려를 느끼는 기색이다. 왜냐하면 200이닝을 넘게 던진 탓에 구위가 떨어져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몰리던 2차전에 정민철 카드를 택한 것 역시 고육지책이었다. 김 감독은 "류현진은 시즌 막판 5번 등판 중 4번을 4일 휴식이 아니라 5일 휴식을 줬다. 본인이나 투수코치로부터 그런 요청을 들었다. 아무래도 불펜은 무리"라고 밝혔다. 이어 김 감독은 "류현진이 1차전 선발로 나갈 수도 있지만 휴식을 많이 줘야 하기에 얘기해 봐야 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불펜의 '키맨'은 누구? 김 감독은 현대와의 플레이오프 3,4차전에서 선발 문동환을 불펜으로 전환시켜 효과를 봤다. 그러나 한국시리즈는 7전 4선승제여서 선발을 뺼 경우 부담이 훨씬 커진다. 김 감독 역시 "문동환은 선발이란 개념을 갖고 있다"라고 언급해 한국시리즈에서 선발로 복귀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 경우 마무리 구대성 앞에 던져 줄 셋업진이 취약해진다. 기존의 최영필-권준헌-지연규는 포스트시즌에서 믿음을 주지 못했다. ▲3인 선발? 4인 선발? 김 감독은 "(문동환의 1차전 조기 강판으로) 로테이션이 엇갈렸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문동환을 불펜으로 돌려 이를 전화위복으로 바꿔냈다. 그러나 7전 4선승제인 한국시리즈에서 문동환을 또 불펜으로 쓴다면 정민철-류현진-송진우 3인 로테이션도 각오해야 한다. 그러나 류현진은 체력적 피로를 어느 정도 노출하고 있다. 김 감독은 1차전 선발에 대해 "순서상은 정민철이다. 그러나 류현진하고도 얘기해 보겠다"라고 확답을 피해, 첫 포석부터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sgoi@osen.co.kr 지난 17일 플레이오프 4차전서 문동환과 구대성이 마운드서 교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