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KS 대결' 김인식-선동렬의 질긴 인연
OSEN 기자
발행 2006.10.18 09: 18

'사제 대결'. 이보다 확실한 사제 대결이 있을 수 있을까. 한국시리즈에서 격돌하는 김인식(59) 한화 감독과 선동렬(43) 삼성 감독은 해태 시절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김인식 감독은 수석코치, 선동렬은 에이스로 사제지간이었다. 이후 두 사람은 질기고도 오랜 인연을 맺어왔다. 김인식 감독은 86년부터 89년까지 4년 동안 한일은행 선배였던 김응룡 감독을 보좌했다. 4년 동안 팀은 전무후무한 한국시리즈 4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김인식 감독의 당시 수석코치로 감독과 후배 코치, 감독과 선수들의 가교 노릇을 톡톡히 해내며 팀 안팎에서 높은 신망을 받았다. 엄격하다기 보다는 덕으로 선수들을 상대해 투수들이 '우리 보스'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였다. 당시 김 감독은 사실상 투수를 조련하고 운용하는 투수코치 역할도 맡았다. 당시 불세출의 광속구 투수였던 선 감독은 팀 에이스로 굳건히 자리잡고 있었다. 두 사람은 나이를 뛰어넘어 서로를 아끼고 인정하고 있었다. 선 감독은 김 감독의 지휘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고 김 감독은 선 감독의 영민함을 아꼈다. 한 사람은 선수들을 다독거리는 수석코치로, 한 사람은 팀의 에이스로 4연패를 이룰 수 있었다. 김 감독이 팀을 떠나 신생팀 쌍방울로 옮기면서 각자의 삶을 살게 된다. 선 감독은 팀의 기둥투수로 95년까지 활약하다 96년부터 일본 주니치로 이적했다. 김 감독은 쌍방울 이후 야인생활을 거쳐 95년 두산 감독으로 부임, 첫 해 한국시리즈를 제패하고 비로소 지도자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후 두 사람이 조우한 것은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 김 감독은 투수코치, 선 감독은 전력분석원으로 함께 했다. 당시 두 사람은 투수 운용과 교체 시기 등을 놓고 긴밀히 의견을 주고 받으며 시드니올림픽 동메달을 따내는 데 기여를 했다. 또 김인식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도 선 감독은 전력분석원으로 김 감독을 도왔다. 그러다 지난 3월 제1회 WBC 대회에서는 사령탑과 투수코치로 4강 기적을 달성, 세계 속에 한국야구을 알리기도 했다.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지난 2003년 말 선동렬 감독이 야인생활을 마치고 지도자로 프로무대에 복귀하는 과정에서 김인식 감독이 지휘봉을 놓는 일도 있었다. 당시 두산은 김인식 감독과는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선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낙점했다. 그런데 조율과정에서 조건이 맞지 않아 선 감독은 결국 삼성 수석코치로 입단했다. 전적으로 선 감독 때문인 것만은 아니지만 김 감독은 1년 동안 야인생활을 하게 됐다. 두 사람은 사제관계를 넘어 승리를 해야 되는 경쟁관계가 됐다. 선 감독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올해도 정규리그 1위로 한국시리즈에 선착햇다. 김 감독은 지난해 하위권으로 분류된 한화를 4강에 올려놓더니 올해는 특유의 믿음의 야구로 한국시리즈까지 진출시켰다. 그리고 두 사람은 처음으로 큰 무대에서 우승을 놓고 격돌하게 됐다. 질긴 인연만큼이나 승부도 질기게 끌고 갈 것만 같다. sunny@osen.co.kr 김인식 감독과 선동렬 감독이 올해 올스타전 때 올드스타팀의 감독과 선수로 같은 유니폼을 입고 덕아웃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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