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내 투척 행위', 근절 대책 없나?
OSEN 기자
발행 2006.10.18 10: 52

미국 메이저리그 구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난 17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한화가 4-0으로 승리를 확정짓는 순간 예기치 않은 사고가 일어났다. 경기가 끝나자 좌측 선심을 맡았던 김풍기 심판이 본부석 쪽으로 철수하기 위해 뛰어가던 도중 3루측 관중석에서 날아온 소주병에 머리를 정통으로 얻어맞고 말았다. 김 심판은 머리를 감싼 채 심판실로 들어왔다. 운동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의 검진 결과 유리병이 깨지면서 파면이 튀어 윗머리 쪽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김 심판은 응급 처치를 받은 뒤 한화의 지정 병원인 을지병원으로 후송돼 정밀 검진을 받았다. 검진 결과 다행히 뇌에는 큰 이상이 없어 봉합수술을 받는 치료를 했다. 자칫하면 한 심판이 불의의 큰 부상을 당할 뻔한 아찔한 일이었다. 하지만 술병을 던진 범인은 누구인지, 잡혔는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경기 중간에도 간간이 물병 등이 그라운드 안으로 날아오더니 막판에 사고가 터진 것이다. 이런 사고가 미국 야구장에서 일어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사건이 나자마자 범인은 그 자리에서 붙잡혀 벌을 받게 됐을 것이다. 메이저리그 구장에서는 이런 종류의 사고가 생기면 구장 안전 요원들이 벌떼처럼 달려든다. 그리고 범인을 곧바로 체포한 다음 경찰서로 넘겨 죄값을 치르게 만든다. 구장 안전 요원이 찾아내지 못하고 있으면 옆에 있던 관중들이 일제히 소리를 치며 ‘범인’을 지목해 잡혀가게 만든다. 시민들의 '신고정신'이 투철하고 공권력이 무서운 미국 사회에서 야구장 폭력행위는 곧바로 체포돼 형사처벌되는 사안이다. 한국인들의 정서상 옆에 있던 관중들이 신고하기를 바라기는 어렵지만 건전한 야구장 문화를 위해서는 이제 우리도 일부 몰지각한 관중들을 야구장에서 퇴출시켜야할 때다. 주 5일 근무제 실시 등으로 우리네 야구장 문화도 ‘가족 단위 관람객’ 위주로 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자라나는 2세들에게 욕설과 폭력을 보여줄 수는 없는 일이다. 야구장을 관리하는 구단 측에서도 안전 요원을 좀 더 많이 배치해 관중들의 안전과 폭력사태 예방에 힘을 쏟아야 한다. 여기에 관중들도 시민 의식을 발휘, 옆에서 잘못하는 관중들의 몰지각한 행위를 막거나 폭력행사자를 신고해야 후세들에게 ‘건전한 야구장 문화’를 가르칠 수 있다. 이번 사건이 하나의 해프닝 정도로 끝나면 앞으로도 제2, 제3의 그라운드 투척사태는 계속될 것이다. 그래도 프로야구 초창기 때보다는 그라운드 투척 사태, 그물망 타기, 욕설하기 등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아예 뿌리를 뽑아야 야구장이 시민들의 즐거운 나들이 터가 될 수 있다. 야구인 구단 언론 그리고 팬들이 모두 나서서 ‘야구장 폭력행위’를 근절하는 데 앞장서야 할 시점이다. sun@osen.co.kr 김풍기 심판이 지난 17일 플레이오프 4차전이 끝난 뒤 머리에 병을 맞고 응급 처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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