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웃고 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 올해 포스트시즌은 삼성, 아니 선동렬 감독이 원하는 대로 흘러갔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상대로 한화를 원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현대 한화 KIA 가운데 가장 껄끄러운 팀은 현대, 다음이 KIA였다. 굳이 비중을 두자면 한화는 마지막이었다. 그래서 한화가 이기길 바라고 있었다. 삼성은 올해 현대와 KIA에 약했다. 현대는 전통적으로 삼성에 강한 데다 변화무쌍한 작전으로 삼성 투수들과 내야수들을 괴롭히는 팀이다. 올해 팀간 성적도 8승10패로 열세였다. 한국시리즈와 플레이오프 등 큰 무대에서도 삼성이 약해 여간 껄끄러운 팀이 아니었다. KIA는 마운드가 강한 팀이다. 올해 들어 유난히 KIA전에서는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KIA 투수들은 삼성 타자들을 만나면 없던 자신감까지 생길 정도였다. 역시 올해 7승9패2무로 삼성의 열세였다. 이 때문에 삼성은 한화가 준플레이오프에서 KIA를 꺾고 내친 김에 플레이오프에서도 현대까지 잡아주기를 기대했다. 마침 삼성의 구도대로 이루어졌다. 삼성은 올해 한화에 11승7패로 우위를 보였다. 삼성이 한화를 편하게 여기는 이유는 별 작전이 없기 때문이다. 야수들이 편하게 수비할 수 있어 투수들이 한화 타자들을 막는다면 승산이 높다고 판단한다. 실제로 김인식 한화 감독은 강공을 선호하는 선 굵은 야구를 한다. 또 준플레이오프부터 격전을 치르느라 한화 선수들이 지쳐있는 점도 삼성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이미 김인식 감독은 역대 2번째로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일궈낸 적이 있다. 지난 2001년 두산 감독 시절 정규리그를 3위로 마친 뒤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당시 희생양이 김응룡 감독이 이끌던 삼성이었다. 당시에도 삼성의 우세를 점쳤지만 보란 듯이 막강한 공격력으로 삼성을 일축했다. 올해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아울러 김인식 감독이 작전을 안한다고는 하지만 승부처에서는 번트와 히트앤드런을 즐겨 쓴다. 한 점이 필요할 때는 반드시 번트를 댄다. 또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나타났듯 히트앤드런 작전을 냈고 보란 듯이 성공시켰다. 현대처럼 정교하게 움직이는 시스템은 아니지만 허를 찌르는 작전을 구사한다. 여기에 김 감독의 투수 운용은 한국에서 최고수로 평가받는다. 만일 김 감독의 역공에 당할 경우 삼성은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그래서 삼성은 원하던 상대를 만나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면서도 김인식 감독의 존재 때문에 떨고 있기도 하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