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지략가들간의 맞대결다웠다. 19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런던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벌어진 첼시와 바르셀로나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A조 3라운드 경기는 양 팀 감독의 지략 경연장이었다. 먼저 변화를 준 쪽은 첼시의 조세 무리뉴 감독이었다. 그는 바르셀로나와의 스피드 대결보다 승산이 있는 체격 대결로 경기를 끌고 갔다. 셰브첸코와 드록바를 투톱으로 세우고 허리에서부터 몸싸움과 강한 압박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특히 바르셀로나 공격의 핵인 호나우디뉴와 데쿠를 각각 불라루즈와 마켈렐레로 하여금 집중마크하게 했다. 이같은 무리뉴 감독의 전술은 전반 초반과 20여 분께까지 빛을 발하며 상대의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라이카르트 감독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상대가 힘싸움을 벌이려고 하자 그는 선수들에게 패싱게임을 할 것을 주문했다. 중앙에서 패스를 통해 공간을 만들고 좌우에서 스피드 있는 선수들로 하여금 2선 침투를 하게 한 것. 이같은 공격 전술은 맞아떨어져 전반 23분과 29분 멋진 패스에 이은 메시와 샤비의 슈팅이 나오기도 했다. 후반 2분 드록바의 개인기에 의한 선제골로 경기 양상이 변하자 라이카르트 감독은 또다시 변화를 주었다. 후반 10분 반 브롱코스트를 빼고 이니에스타를 넣은 그는 4분 후 구드욘센을 빼고 지울리를 투입한 것. 이는 윙포워드를 세우지 않은 첼시를 상대로 포백보다는 스리백을 택한 것. 또한 원톱에 좌우 윙포워드 체제보다 스피드 있는 스리톱을 배치해 스피드에 승부를 건 것이다. 좋은 시도이기는 했지만 경기는 이미 첼시가 지배하고 있었다. 무리뉴 감독은 철저하게 공간을 내주지 않는 압박을 펼쳤다. 그는 상대 체력이 떨어질 후반 31분경 셰브첸코를 빼고 로벤을 투입하며 4-3-3 포메이션으로 바꾸었다. 그 결과 마음이 급한 바르셀로나는 로벤에 의한 역습에 대한 염려 때문에 마무리에서 세밀함 부족을 드러냈고 결국 0패를 하고 말았다. 철저하게 자신들의 페이스로 끌고간 무리뉴 감독의 심리전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비록 승패는 갈렸지만 이 날 경기는 세계 최고의 지략가들이 펼치는 진검승부를 보여준 좋은 한 판이었다. bbadag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