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서 전승 4강행,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두 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1995,2001년) 등 김인식 한화 감독은 단기전의 대가다. 또 코치로서 김응룡 감독(현 삼성 사장)을 보좌해 해태의 황금시대를 함께 했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을 이끌었다. 최종 7차전에서 패했지만 현대와 한국시리즈서 대결한 2000년에도 3연패 후 3연승의 명승부를 연출했다. 김인식 야구가 이토록 단기전에 강한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전술 단기전이라도 김 감독은 전부 이기려 들지 않는다. 한마디로 말해 '이길 경기'와 '버릴 경기'를 확실히 나눠서 투수진(특히 불펜진)을 운용한다. WBC 당시 김 감독은 서재응-박찬호-김병현-정대현-구대성-오승환을 잡아야 할 경기(멕시코-일본전)에 집중 투입했다. 대신 나머지 불펜 투수들은 'B조'로서 미국전을 준비시켰다. 결과적으로 타선 호조로 미국마저 격침시켰지만 '미국전에는 집착하지 않겠다'는 것이 김 감독의 의중이었다. 이런 투수 운용법은 올 포스트시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한화는 KIA-현대를 각각 2승 1패, 3승 1패로 깼는데 지는 경기는 다 중반 쯤 경기를 사실상 버렸다. 경기를 버리는 시점은 6회 4점차, 5회 4점차가 났을 때였다. 아무나 할 수 없는 결단이다. 대신 이기는 경기에는 5경기에 모두 마무리 구대성을 투입했다. 구대성은 7회 노아웃 상황에서 등판한 경우도 한 차례 있다. 이밖에 최영필-권준헌-문동환이 이기는 경기에 나서는 카드였다. 김인식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하면서 전부 1차전을 지고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이 역시 이런 그의 승부사 근성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운 결과를 놓고 얘기할 수 밖에 없지만 김 감독은 운이 따르는 리더다. '복장(福將)은 못 당한다'고 현대는 '지면 끝'인 4차전에 4번타자 서튼을 선발 출장시키지 못했다. 3차전tj 홈런을 치고 다리에 근육통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에 앞서 3차전에서는 톱타자 송지만이 왼 손목 부상으로 빠져 버렸다. 김재박 현대 감독 역시 시리즈 패배 후 "서튼-송지만이 다쳐 힘들었다"고 패인을 밝혔다. 한화는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때는 무서운 구위를 보여주던 '10억 루키' 한기주가 9회말 보크를 범한 데 편승해 끝내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이 외에 "보는 사람들은 재미있었겠지만 나는 재미 하나도 없었다"는 플레이오프 3차전 역시 번번이 결정타를 날리지 못했음에도 한 번도 리드를 뺏기지 않고 5-4로 끝냈다. ▲여유 김 감독은 포스트시즌이라고 해도 정규시즌 때와 다를 것이 거의 없다. 잘 들리지조차 않는 그의 느릿느릿한 눌변에는 주위를 편하게, 웃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는 "저 쪽(현대)은 감독이 두 명"이라고 말해 LG 감독설에 휘말린 김용달 현대 타격코치를 언급하기도 했다. 또 김 감독은 언제나 "선수들에게 아무 말도 안 한다"고 말한다. "선배나 코치들이 얘기해 줄 텐데 감독까지 나서면 복잡해지기만 해서"가 그 이유다. 데이비스가 막 휘둘러도, 류현진이 패했을 때도, 문동환이 부진했을 때도 늘 그랬다. 그리고 이 인내는 한화의 7년만의 한국시리즈 진출로 열매 맺었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