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PS가 '타고투저'로 가고 있는 까닭은?
OSEN 기자
발행 2006.10.19 11: 18

2006 포스트시즌이 마지막 이벤트만을 남겨 놓은 가운데 방망이에도 불이 더 거세게 붙고 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만 팽팽한 투수전의 양상이 전개됐고 이후 점차 한 쪽으로 기울거나 양 측의 화끈한 타격전으로 옮아갔다. 한국시리즈 티켓을 거머쥔 한화는 KIA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KIA 투수진에 막혀 비교적 방망이가 침묵했으나 현대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홈런 공방전을 펼치며 타격전 끝에 승리했다. 현대 김재박 감독은 지난 17일 플레이오프에서 패배한 후 “매일 홈런 한 방씩 맞은 게 패인”이라고 밝혔을 정도로 한화 방망이는 무서웠다. 한화는 플레이오프에서 타율 2할7푼8리에 2루타 6개, 홈런 4개, 16타점을 기록하며 화끈한 방망이 솜씨를 과시했다. 현대도 타율 2할6푼7리에 2루타 2개, 홈런 3개, 17타점으로 만만치 않았으나 막판 주포들의 부상에 따른 장타력 부족으로 한화에 뒤졌다. 화끈한 타격전 탓에 양팀 방어율은 4점대로 치솟았다. 한화는 4.37이었고 현대는 4.24였다. 플레이오프에서 활발한 타격전이 펼쳐진 한 요인으로 심판진의 엄격한 스트라이크존 판정도 한 몫을 톡톡히 했다는 분석이다. 물론 심판들의 스트라이크존이 하루 아침에 달라지는 것이 아니지만 플레이오프에 투입된 구심들은 스트라이크존을 엄격하게 적용했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사실 올 정규 시즌은 극심한 ‘투고타저’ 현상을 보였다. 심판들이 후한 스크라이크존을 적용하면서 이런 현상이 빚어졌다는 게 일선 코치들의 한결같은 주장이었다. 현장 코치들은 “우리 심판들의 좌우 스트라이크존이 너무 넓다. 타자들의 스윙 궤적에 맞지 않는 것도 스트라이크로 잡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컨트롤이 좋은 투수들이 호성적을 내고 있고 화끈한 타격전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이런 일선 코치들의 항의 덕분인지 이번 포스트시즌서는 좌우 스트라이크존이 확실히 좁아졌다. 그 결과 올 포스트시즌에서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만 투수전으로 승패(한화 3-2승)가 갈렸을 뿐 나머지 경기는 시원한 타격전이 전개됐다. 투수들의 스트라이크존을 가운데 두고 몸쪽 꽉찬 공, 바깥쪽 걸친 공이 대부분 볼로 판정되면서 타자들이 공격하기가 좋아진 것이다. 심판진이 이렇듯 스트라이크존을 엄격하게 적용하게 된 것은 일선 코치들의 항의도 있었지만 발전된 TV 중계 기술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지상파 중계 방송사들은 다량의 카메라를 동원, 다양한 각도에서 공을 캐치해내 스트라이크 여부를 보여준다. 일부 지상파 방송사는 아예 미국 메이저리그 중계처럼 일명 스트라이크존 박스(K-박스)를 그래픽으로 보여주며 구심의 볼판정을 그대로 팬들에게 전달해주고 있다. 심판들로서는 곤혹스러운 일이지만 팬들에게는 스트라이크 여부를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중계 기술인 것이다. 이런 주변 환경을 의식한 심판들은 스트라이크 판정에 신중을 기하며 스트라이크존을 엄격하게 적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김호인 심판위원장은 “구심들도 사람이라 매 경기 한두 번은 스트라이크를 놓칠 수 있다. 하지만 일구 일구에 신중을 기해 판정을 내리도록 노력하고 있다. 스트라이크존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밝혀 올 포스트시즌이 ‘타고투저’로 변한 것에 ‘엄격한 스트라이크존’도 한 몫을 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KO 펀치’ 등 안정된 마운드를 앞세운 삼성의 ‘방패’와 미니구장에서 더욱 불을 뿜는 장타력을 내세운 한화의 ‘창’간의 대결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한국시리즈에서도 ‘타고투저’ 현상이 지속될 것인지 궁금하다. sun@osen.co.kr 지난 16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현대의 서튼이 한화의 류현진으로부터 홈런을 날린 뒤 다이아몬드를 돌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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