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8강 리그 첫경기 멕시코전 때다. 선발 서재응과 불펜진의 호투로 한국은 8회까지 1점 차 리드를 유지하고 9회를 맞이했다. 그리고 이때까지 불펜에는 박찬호와 김병현 두 투수가 나란히 등판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꼭 이겨야 4강을 바라볼 수 있었던 멕시코전 마무리로 누가 나설지 김인식 대표팀 감독의 결정에 운명이 걸린 순간 좌측 펜스 너머 불펜에서 걸어 나온 투수는 박찬호였다. 김 감독은 일본에서 벌어진 1라운드 대만전과 일본전에서 연속 세이브를 따낸 박찬호를 메이저리그 특급 마무리 출신인 김병현 대신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WBC 들어 처음 마무리 투수로 변신한 박찬호는 9회 투아웃 3루까지 몰렸으나 마지막 타자 제로니모 길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한국의 2-1 승리를 지켜냈다. 그로부터 3일 뒤 김 감독은 이번에는 4강행을 확정지어야 할 일본전에 박찬호를 선발로 투입했다. 이때부터 본업인 선발로 돌아온 박찬호는 5이닝 무실점으로 2-1 한국의 전승 4강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그로부터 약 7개월 후 한화 감독 김인식은 현대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제1선발 문동환을 마운드의 '키맨'으로 활용해 한국시리즈 티켓을 따냈다. KIA와의 준플레이오프-현대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문동환을 3,4차전에서는 불펜으로 돌려 마무리 구대성 앞에 던지는 '필승카드'로 만들어냈다. 플레이오프 3연승 직후 김 감독은 "문동환이 선발 투수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라고 밝혀 한국시리즈 때 다시 선발로 복귀시킬 여지를 남겼다. 정민철-류현진-송진우가 선발 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문동환의 쓰임새에 따라 한화의 한국시리즈 마운드 운용 얼개가 드러날 것이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