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WS는 역대 최악의 이벤트?
OSEN 기자
발행 2006.10.21 05: 40

[OSEN=로스앤젤레스, 김형태 특파원] 2006년 월드시리즈는 역대 최악의 월드시리즈 중 하나로 기억에 남을 전망이다. 아직 1차전 시작을 하루 앞두고 있지만 벌써부터 맥이 빠진 대결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정규시즌 승수합계는 고작 178승. 디트로이트가 95승을 거둔 반면 세인트루이스는 83승을 올리는 데 그쳤다. 그나마 디트로이트가 와일드카드 팀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월드시리즈는 와일드카드 팀과 83승 팀의 대결인 셈이다. 현재의 와일드카드 시스템이 정착된 1994년 이후 치러진 11번의 월드시리즈 가운데 두 팀의 승수 합이 180승에 못미친 적은 이번을 제외하고 한 번 있었다. 플로리다 말린스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꺾은 지난 1997년 월드시리즈에서도 이번과 같은 178승을 두 팀이 합작했다. 하지만 당시 클리블랜드는 86승을 거둬 올해 세인트루이스에 비해 3승이 더 많았다. 올해 세인트루이스처럼 83승 정도의 성적으로 월드시리즈까지 오른 팀은 1980년 이후 전무하다(노사분규로 시즌이 단축된 1981년과 포스트시즌이 무산된 1994년 제외). 1950년대 이후로 범위를 넓히면 1973년 뉴욕 메츠(82승)의 예가 있지만 당시는 와일드카드 제도가 만들어지기 훨씬 이전이다. 상황이 이러니 만약 세인트루이스가 월드시리즈 패권을 차지한다면 이번 겨울 내내 제도 문제로 시끄러울 듯하다. 세인트루이스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정규시즌 승수가 13위에 불과하다. 양대리그 최고 승률을 기록한 뉴욕 양키스와 메츠는 물론 카디널스보다 더 월등한 성적을 올리고도 떨어진 팀이 부지기수다. 이런 팀이 '폴클래식' 무대에서 샴페인을 터뜨린다면 그렇지 않아도 말 많은 현재의 양대리그 8개팀 체제의 플레이오프 제도가 다시 한 번 도마위에 오를 전망이다. 메이저리그의 포스트시즌은 양대리그 최강이 7번 맞붙는 게 오랜 전통이었다. 그러나 팬들의 흥미를 더욱 돋구고 더 많은 돈벌이를 위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무리수를 두면서 '웬만큼만 해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려볼 수 있게 변질됐다. 그래서 많은 야구의 전통주의자들은 현재의 플레이오프 시스템에 경기를 낸다. 포스트시즌이 '절대 강자'를 가리는 대결장이라기 보다는 경기수를 무리하게 늘려 돈을 벌려는 '이벤트'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방송인 밥 코스타스, 정치평론가 조지 윌 등 야구계에 영향력이 큰 인물들은 '현재의 포스트시즌 제도야 말로 메이저리그의 가장 큰 종양'이라고 입을 모은다. 메이저리그가 돈을 쓸어담는 데만 정신이 팔려 전통과 순수성을 헌신짝처럼 버렸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최근 몇년간은 대중성 강화를 위해 무리수를 둔 게 사실이다. 선수들의 약물 복용을 사실상 눈감고, 제도를 뜯어고치면서까지 인기에 영합한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결과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경우에 따라선 역대 최악의 월드시리즈라는 뒷말이 난무할 수 있을 전망이다. workhors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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