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노병은 죽지않지만 위대한 가수는 사라지지조차 않는다. 그의 노래로 불리고 들리며 스크린에서 부활하기 때문이다.
2004년 제이미 폭스는 레이 찰스의 일생을 그린 영화 ‘레이’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앞을 못보는 장애를 갖고도 소울의 황제로 군림했던 레이는 폭스의 신들린 연기로 21세기 팬들 앞에 다시 나타났다. 감독은 요절한 팝스타 리치 발란스의 주옥같은 명곡들로 서사시 한편을 썼던 ‘라밤바’(1987년)의 테일러 핵포드.
2005년 아카데미는 컨트리 가수 쟈니 캐쉬와 준 카터의 굴곡진 인생을 담은 ‘앙코르’에 뜨거운 찬사를 보냈다. 와킨 피닉스(캐쉬)와 리즈 위더스푼(카터)은 컨트리 대가들의 노래를 직접 부르는 열연으로 남 녀 주연 후보로 올랐고 아카데미측은 위더스푼에게 여우 주연상의 영예를 안긴 것이다.
올 가을 한국에서는 또 한편의 가수 전기영화가 개봉한다. 미국의 전설이 된 팝스타 바비 대런의 삶, 그리고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담은 전기영화 ‘비욘드 더 씨’다. 할리우드의 대표적 개성파 배우인 케빈 스페이시가 제작, 각본, 감독에 주연까지 맡아서 1인 4역을 소화했다. 브라이언 싱어의 스릴러 명작 ‘유주얼 서스펙트’에서 관객 모두를 깜쪽같이 속였던 절름발이 킨트가 이번에는 어떤 마술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뉴욕의 브롱크스에서 태어난 바비 대런은 어린 시절 류머티스 열병으로 심장이 손상돼 15살을 넘기기 힘들 다는 진단을 받는다. 그러나 바비의 엄마 폴리는 아들에게 음악을 가르쳐 삶의 희망을 안겨주고 바비는 프랭크 시나트라와 같은 유명 가수로 성공해서 클럽 코파카바나의 무대에 서는 꿈을 갖는다. 레이가 자기 살을 깎는 모성애의 힘으로 장애를 극복해 나가고, 캐쉬가 카터의 끊임없는 사랑으로 마약 중독을 이겨내는 인생항로와 맞춤형 닮은 꼴이다.
케빈 스페이시는 1997년 범죄스릴러 ‘알비노 앨리게이터’를 연출하며 감독의 길로 들어섰다. 로버트 레드포드, 클린트 이스트우드, 죠지 클루니 등 배우 출신 명감독들이 즐비한 할리우드에서 그의 감독 데뷔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고 연기 아닌 연출로도 아카데미를 거머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2004년 '레이'와 함께 개봉했던 '비욘드 더 씨'는 아카데미 수상 경쟁에서는 뒤로 처졌다. 당시 스페이시의 연기, 연출도 상당한 호평을 받았지만 아카데미 측이 레이 찰스를 바비 대런 보다 몇 수 위로 평가한 것은 아닐런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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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 더 씨’ 영화 스틸